벼랑 끝에 몰린 한국식 산별노조
벼랑 끝에 몰린 한국식 산별노조
  • 승인 2016.02.2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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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정 소설가
최근 대법원은 ‘개별기업노조가 조합원총의에 의해 산별노조탈퇴를 원하면 이를 허용해야한다’고 판결하여 1997년 노조법개정시 노조설립조항에 ‘연합단체노동조합’이라는 용어가 들어가 업종별, 단체별 노조설립이 가능해진이후 20년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판결로 인해 기업규모별로 편차가 심한 근로조건을 평준화시키는데 기여해온 선진국의 산별노조와는 달리 중소기업의 노사분규를 조장하고 귀족노조의 정치적 목적만을 추구해온 한국식산별노조를 탈퇴하는 개별기업노조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별노조의 설립은 그간 노동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나 역대군사정권이 노사관계의 악화를 우려하여 이를 허용하지 않았으나 1980년대 말 민주화바람과 함께 노동운동권이 결집되어 전교조, 전국일용노조, 전국강사노조, 과기노조 등이 설립되고 1995년 드디어 산별노조체제를 목표로 한 민주노총이 설립되어 1997년 노조법개정과 함께 합법화 되었다.

산별노조가 합법화될 당시 노동계에서는 ‘동일업종에 속한 근로약자의 권익향상’을 기치로 내세우며 개별사업장별로 근로자들이 산재되어 있으면 전국단위나 업종단위의 투쟁이 어려워진다면서 단결과 연대를 외쳐왔지만 곳곳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민주노총금속노조산하의 현대자동차노조가 임·단협 교섭을 금속노조에 맡기는 일은 아예 없으며 민주노총이 조합원의 80%가 산별노조에 가입돼있다고 선전하는 것도 무늬만 산별노조일 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다 합해봐야 전체근로자의 10%도 안 된다.

이처럼 대기업노조에게는 말도 못 붙이는 산별노조가 중소기업노조의 상왕노릇이나 하며 파업을 주도하고 걸핏하면 서울도심에서 대규모의 불법집회나 강행하면서 명분도 없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근로약자들을 거리에 내몰고 있는 것이 우리식산별노조의 실상이다.

지난 20년간 양대 노총(한노총, 민노총)의 산별노조는 ‘모든 근로자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출범취지와는 달리 비정규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의 발목이나 잡고 대기업노조의 고용세습이나 적자속의 성과급잔치는 눈감아주면서 중소기업만 볼모로 잡아왔다.

산별노조의 존재이유는 동일업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있으나 현실적으로 금속노조의 대표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계의 월평균임금은 597만원인데 비해 협력업체의 평균월급은 311만원으로 절반수준이고 특히 3차 협력업체의 평균월급은 191만원으로 완성차업계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2001년 금속노조가 설립된 지 15년이 지났으나 대형업체들의 임금교섭이나 단체협약에는 전혀 관여하지 못하여 ‘기업교섭단위에 교섭권을 위임할 수 없다’는 자체규약을 스스로 어기고 있으며 멀쩡한 개별사업장의 노사문제에 끼어들거나 경영문제까지 간섭하여 외국투자기업들을 떠나게 하고 골든타임을 놓친 기업이 부도를 내는 등의 악순환이 이어져왔다.

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것은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향토의 중견기업들이었다.

경주에 소재한 발레오전장은 금속노조와 6년여에 걸친 노사분규와 직장폐쇄 등의 우여곡절을 겪어왔으나 지난 2월19일 대법원의 판결로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항구적인 무쟁의까지 선언한 새 기업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의 정당성을 인정받아 경영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또 국내 브레이크패드분야1위이며 대구지역노사분규의 상징이었던 상신브레이크 역시 2010년 민노총의 금속노조를 탈퇴한 뒤 지난5년 사이에 매출과 주가가 두 배나 뛰었으며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으나 발레오전장의 전례를 보아 동일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에는 근접도 못하는 민노총과 산별노조의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간섭, 인사 불복, 불법파업주도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으며 상위노조로서의 기능과 역할은 못하면서 노동귀족들의 배나 불리고 기업노조위에 군림만해오던 산별노조가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은 본분을 잊어버린 자업자득이며 이 기회에 산별노조의 복마전을 없애버리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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