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는 닭둘기가 되어 - 결국 사람 때문이다
비둘기는 닭둘기가 되어 - 결국 사람 때문이다
  • 승인 2016.03.0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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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평화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비둘기가 도리어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3대 누각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밀양의 영남루(보물 제147호)에서도 그 피해가 커서, 누각 안 기둥과 기둥을 건너지르는 이음나무인 보(?) 위에 비둘기가 서식하면서 분뇨가 쌓여 악취가 진동하는데다가 크고 작은 현판 3개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화려했던 단청도 점점 퇴색하고 있다니 안타깝습니다.

전라북도 군상항에도 비둘기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현재 군산항 전역은 먹이를 찾아 적게는 수천 마리, 많게는 만여 마리로 추정되는 비둘기들이 몰려와 진을 치며 야적중인 옥수수와 대두박 등 곡물을 닥치는 대로 쪼아 먹는데다, 분뇨와 깃털 등 배설물을 마구 뿌려 악취가 극심하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군산항 인근 업체들은 생산 차질은 물론 종사자들의 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그 피해를 막기 위해 덮개와 그물을 동원하고 있으나 워낙 많은 수가 떼를 지어 몰려드는 바람에 막아내기가 매우 힘 드는 데, 더욱 심각한 것은 전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이들 분뇨 속에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둘기가 일반주택에 주는 피해도 크다고 합니다. 울음소리, 비린내, 깃털 등은 물론이고 마당이나 자동차 위에 마구 떨어뜨리는 분뇨 때문에 날마다 물청소와 세차를 해야 한다는 호소가 그것입니다. 일과의 시작을 비둘기와의 전쟁으로 시작하는 것인데 이러한 피해를 입어본 사람만이 그 전쟁이 얼마나 힘들고 짜증나는 일인지 더욱 깊이 체감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둘레에서 우리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비둘기들 가운데에는 날렵한 몸매보다는 뚱뚱해진 몸뚱이로 제대로 날지 못하는 이른바 ‘닭둘기’ 또는 ‘돼둘기’로 불리는 비둘기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합니다. ‘닭둘기’는 닭처럼 무거워져 뒤뚱거리는 비둘기를 말하고, ‘돼둘기’는 말 그대로 돼지처럼 뚱뚱하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일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비둘기집’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지어요.”라는 가사는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비둘기와 전쟁을 치르는 집에서는 이 노래의 곡과 가사가 아무리 평화스럽다 하더라도 즐거이 읊조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 이웃에서 만나는 비둘기는 나약하고 소외된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가 아닌 횡포꾼으로 다가옵니다. 비둘기는 한자로는 ‘구(鳩)’로 표현되는데 이 이름은 생활 습성에 근거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보입니다. 즉 여러 마리가 모여서 세력화하여 먹이를 확보함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횡포꾼의 출현을 88올림픽과 같은 큰 행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행사장에 수많은 비둘기들을 날려 보내었는데 이 비둘기들은 그대로 도시에 남아 지금 보는 대로 무리를 지어 폭군으로 변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이 비둘기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수집하였겠지만 시각 효과를 높이기 위해 흰빛 깃털을 가진 비둘기를 대거 외국에서 들여왔을 수도 있으므로 지금 이 순간에도 토종비둘기들은 이에 맞서 전쟁을 치르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그 뜻이 아무리 숭고하다 할지라도 동식물을 도입할 때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입니다. 생태계의 교란은 돌이키기가 힘이 들고 그 피해 또한 막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비둘기는 2년여 전부터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횡포는 여전한 듯 보입니다.

비둘기뿐만 아니라 우리를 괴롭히는 야생동물의 처리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서의 처리 사례를 면밀히 검토한 뒤, 우리 실정에 맞도록 최선의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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