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군대가고 싶지 말입니다”
“제발 군대가고 싶지 말입니다”
  • 김정석
  • 승인 2016.03.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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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없는 입영 대기…애타는 청춘들
1~3월, 4~5대 1 경쟁률
병무청 홈피, 불만 가득
지난달 29일 오후 1시 59분.

지역 모 대학에 다니는 S(21)씨는 컴퓨터 앞에 앉아 시계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군 입대를 위해 대학을 휴학하고 입영 신청을 했지만 실패한 S씨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입영일자 추가 본인선택, 즉 ‘공석신청’을 위한 ‘광클릭’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윽고 2시 정각이 되자 S씨는 입영가능일자를 재빨리 클릭했다. 하지만 S씨보다 손이 날랜 이들이 많았던 탓에 S씨의 컴퓨터는 몇 차례 버벅거리더니 에러 메시지가 떴고 결국엔 ‘선택 가능 일자가 없다’는 팝업창이 표시됐다. S씨는 “또래들 중엔 입대 경쟁률을 뚫기 위해 헌혈과 자격증 취득, 봉사활동까지 나선 경우도 있다”며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군대를 이렇게 고생해서 가야만 하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요즘 병무청 홈페이지 게시판은 S씨처럼 ‘군대 문턱’을 넘지 못한 청춘들의 불만이 가득하다.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몰이로 군인에 대한 호감도가 수직상승하고 있는 이면에는 이처럼 높은 경쟁률을 뚫고 군대에 가야 하는 기막힌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신청과 동시에 입영 날짜가 나왔던 군 입대가 이렇게 어려워진 이유엔 우선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거론된다.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제로 4만1천59명을 모집한 결과 9만8천961명이 지원해 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모집 대상 인원을 8만4천412명으로 대폭 확대, 9만5천615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1대 1로 낮아졌다.

하지만 대학교 학사 일정에 유리한 2~4월에 입영 희망자가 몰리면서 올해 2월 경쟁률은 5.1대 1, 3월은 4.4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이 같은 표면적 이유보다 경기침체와 취업난 등 청년들에게 가혹해진 취업시장이 군 입대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군대부터 다녀오자는 분위기가 확산된 된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것. 입영 지원자 C(21)씨는 “취업이든 창업이든 우선 군대를 다녀와야 시작할 수 있다”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야 남들보다 사회 진출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병무청 측은 이러한 ‘입영적체’ 현상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병무청 관계자는 “군 전역 후 복학시기와 맞물리는 2~5월 입영선호시기와 복무가 다소 수월하고 혜택이 주어지는 선호특기의 경쟁률이 과열되는 소위 ‘입영쏠림 현상’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입영일자 본인선택 공석이 많이 남아 있어 현역병으로 입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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