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 캔버스에 담다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 캔버스에 담다
  • 김가영
  • 승인 2016.06.0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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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이명일 개인展

12일까지 봉산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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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만에 만나는 이명일의 전시가 봉산문화회관에서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내 예술은 내 안의 내재된 욕망을 치열하게 들여다보며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은 곧 진화와 성숙의 과정이다.”

서양화가 이명일 예술의 출발선은 ‘욕망’이다.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모든 감정선이 그의 욕망 스펙트럼에 투사된다. 그에게 욕망이 이처럼 무거운 것은 자아와의 동일시 때문이다. 그는 “욕망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다. 행위와 분리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욕망하는 나’는 ‘고뇌하는 나’다. 그것은 ‘자아’의 다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해탈하지 않은 이상 인간의 욕망은 브레이크 없이 달리는 열차와 같다. 생성하고 소멸하는 과정이 끝없이 반복된다.

이명일은 영속적인 욕망의 생멸 과정을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규정한다. 그의 예술은 그 과정을 포착하는 것이다.

“내 예술은 인간의 존재란 과연 무엇이고, 감정의 형태는 무엇인가? 느껴지는 욕망의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 실제 보여 지는 것들과 느껴지는 것들의 사이 차이는 무엇일까?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는 욕망을 신체에 투영한다. 신체 중에서도 심장을 욕망의 분출구로 본다. 그러면서도 심장이라는 관념적 형태는 비우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변환한다. 특히 화가들이 좀처럼 쓰지 않는 핑크를 과감하게 활용해 강렬한 기운을 형상화한다.

“특정 색에는 함축적인 관념이 부여돼 있다. 파랑을 시원하다로 인식하는 것이 그렇다. 핑크는 가벼운 느낌이 있지만, 핑크가 모이면 레드로 변하면서 이야기가 진지해지고 강렬해진다.”

핑크를 선택한 과감함 못지 않게 그의 기법 또한 독특하다. 물감을 캔버스에 바로 짜 붙이고, 수압으로 캔버스에 붙은 물감을 깨며 색의 농도와 형태를 조절하는 방식이 그렇다. 어떤 경우에는 스테인레스 스틸을 오브제로 활용해 입체성을 부각하는 혁신성도 가미한다.

여기에는 상처의 치유에 대한 은유와 이성과 감정의 공존과 소통에 대한 속내가 얽혀있다. “물감을 깨는 행위는 상처를 깨는 것과 같다. 욕망과 이성의 조화는 존재의 정체성과 관계된다.”

이명일이라는 이름이 국내에서 회자된 것은 ‘2015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 초청된 지난해부터다. 2004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올해의 예술가상’ 평면부분 최종후보로 선정된 서울에서의 개인전 이후부터 10여년 동안 국내 활동은 거의 접고, 해외 활동에 집중해왔다. 그가 해외로 무대를 옮긴 데는 학연과 지연의 사슬에 의한 국내 미술 시장의 왜곡이 있었다.

“2000~2003년에 문화예술 케이블방송 A&C에서 미술 디렉터와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면서 미술시장을 객관적으로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내가 본 미술 시장은 너무 왜곡돼 있었다.”

해외에서 ‘페어플레이’로 승부수를 띄운 그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그는 2005년 스위스에서 전시활동을 시작해 2013~2014년 스위스 바젤 볼타쇼(Voltashow) 2년 연속 참여, 2015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초청 등의 성과를 거둬왔다.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 이후는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이것이 미래다’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영국 경제매거진 포보스지에 작품이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 6월에는 바젤 볼타쇼에 4년 연속 출품할 예정이다.

또 이탈리아 밀라노 폰다지오네 스텔리네(Fondazione Stelline) 미술관에서 90주년 기념 콜렉션전과 세계적인 콜렉터인 라이너 샤츠 콜렉션에 매년 작품이 소장되고 있으며, 많은 유럽의 콜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

계명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가 20여년 만에 대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페인팅 작업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오브제 작업을 포함해 20여점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봉산문화회관에서 12일까지 열린다. 02-737-6825

.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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