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아픔의 사월
눈길한번주지도 않았는데
순수함과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은 라일락을 사랑합니다?
보기만 해도
온 몸과 마음이 빠져들 듯한
아카시아의 고고한 향취에
이미 당신은
나를 돌아보지도 않으시겠지요?
이제나 저제나
오직 당신만을 기다리며
몇 번의 계절을 보내야 하는 나를
언제쯤이면 바라보아 줄 수 있을 런지?
찬바람 불어와 모두들 떠난 자리
이제야
날 바라 볼 것 같은 당신을
자욱한 허리 살랑대며 유혹해야 하는 나는
결코 행복하지 않은 코스모스입니다
▷▶서하영 1966년 대전 産, 낙동강문학 창간호 신인대상 수상, 기독교뉴스 신인대상 수상, 낙동강문학 편집위원 역임. 현 낙동강문학 주필, 시집: 내 마음의 뜨락
<해설> 코스모스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예전 비포장
신작로 옆에 코스모스가 많았던 까닭이다. 모두가 환호하고
난 뒤, 모두가 돌보지 않던 버려진 곳에서 묵묵히 인고하던
기다림이 차가워 가는 대지 위를 가장 늦게 수를 놓는다. -김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