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찾은 李 총리가 남긴 깊은 뜻은?
경주 찾은 李 총리가 남긴 깊은 뜻은?
  • 이승표
  • 승인 2017.08.2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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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표
사회2부


鳥啼花猶笑 江流石不轉(조제화유소 강류석부전)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경주를 찾아 남긴 말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공적으로 경주를 찾은 일은 더러 있었다.

그러나 현직 총리가 사적으로 경주를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 총리의 경주방문은 여름휴가를 이용한 ‘영남유림뿌리탐방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 총리는 조선시대의 대표적 노블레스 오블리제 명가인 경주 최부자 집과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양동마을을 둘러봤다.

이 두 명문가는 정치인이면서도 정치인 같지 않고 과묵하고 근엄한 선비 같은 그의 스타일과도 잘 어울리는 명소였을지 모른다.

앞서 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9.12지진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 총리는 와공(瓦工)12명을 경주로 보냈다.

부서진 한옥의 기와지붕을 보수하는데 일손이 부족했던 경주시로서는 이 같은 배려에 크게 감사를 표했다.

이는 신라시대 때 백제가 석공 아사달을 보내 다보탑과 석가탑을 세운 공적에 버금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이들 와공은 식사에서부터 잠자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경주시에 신세를 지지 않고 피해가옥의 기와지붕을 완전히 복구하고는 언제 떠났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돌아갔다.

이런 인연으로 총리 방문소식을 접한 경주시민들은 공식적인 감사를 표하지는 못했지만 총리를 영접한 최양식 시장은 시민들의 깊은 감사의 뜻을 담아 총리에게 전했다.

이 총리의 이 같은 처신은 평소 김관용 경북지사와 함께 영호남의 화합을 선도하고 실천해 온 ‘신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이 아닌가 싶다.

어느 학자가 우리나라 3대 만석군 집안을 연구했다. 어떻게 3대가 만석을 하면서 부를 누릴 수 있었을까 였다. 그 수수께끼는 풀렸다.

거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보시였다. 선대가 보시를 많이 했더라는 것.

이 날 최부자댁을 찾은 이총리도 묵힌 곳간 앞에 적힌 이 만석군 집안의 가훈(6訓 6然)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 집에서 과객의 대접을 받은 총리도 흔적을 남겼다. 鳥啼花猶笑 江流石不轉(새는 울어도 꽃은 오히려 미소 짓고 강물은 흘러도 강의 돌은 굴러가지 않는다). 이렇게 적은 이 나라 제상인 총리는 아무 설명도 없이 이곳을 떠났다.

이 총리는 최 부자가의 가훈이 잊혀 지지 않고 오래토록 후손들에게 이어져 온 국민의 귀감이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작금의 세태에 주는 깊은 교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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