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날마다 지시던
손때 가득 묻은 지게가
마당 한 구석에
그림처럼 놓여 있습니다
자나 깨나 논두렁 밭두렁
분주히 오가며
삶을 퍼 담아 나르시던
아버지의 지게
지금은 먼 나라로 가신
아버지의 모습과 고단함이
지게에 담겨 있습니다
휘청거리는 두 다리를
작대기 하나에 기대시고
안개 자욱한 새벽길 나서시며
흙과 함께 실아오신 아버지
억척스럽게 산더미 같은
소먹이는 풀도 베어오시고
마늘과 풋고추, 생강도 담아
우리들을 길러 내시던
아버지의 땀방울 맺힌 지게
고향의 따스한 정을 받으며
지난날들의 뒤에 서서
아버지의 지게는
오늘도 나를 반깁니다.
◇권우상=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부문 당선 수상
<감상> 고향집엔 들국화 향기롭게 피어 있을 이 가을에 권우상 시인의 지게는 평생 고단했던 우리 아버지들을 한없는 그리움으로 젖어들게 한다. -달구벌시낭송협회 김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