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에 밀리고 신조어에 몸살 ‘한글 수난시대’
외래어에 밀리고 신조어에 몸살 ‘한글 수난시대’
  • 남승렬
  • 승인 2017.10.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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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등 주요 도심 13곳
순한글 간판 절반 못 미쳐
지역 곳곳서도 외래어 남발
은어 급증…세대간 소통 애로
한글날
난립하는 영어 간판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으로 한글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사진은 9일 대구 중구 공평동 카페 거리에 줄지어 늘어선 외래어 간판의 점포들.

제571회 한글날인 9일 대구시 중구 공평동의 한 거리.

카페가 줄지어 선 이 일대에서 영업 중인 점포 9곳 중 7곳이 영어 혹은 한자 간판을 사용하고 있었다.

2곳은 한글 간판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카페를 칭하는 고유어인 ‘찻집’이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가게 안 메뉴판에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프라푸치노’ 등 이름만 봐서는 내용은 알 수 없는 차 종류가 나열돼 있었다. 다양한 외래 문화가 생활 속에 자리 잡으면서 무분별하게 쓰이는 외래어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외래어와 신조어 사용이 늘어나는 반면 우리말 사용은 줄어들어 한글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히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으로 우리말 오염도는 심화되고 세대간 단절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어 한글 사용을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대구 동성로의 각종 영업점 간판은 외래어가 점령한 지 오래다. 동성로를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이모(여·27·달서구)씨는 “요즘은 영어 간판이 흔하다 보니 간판만 봐서는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카페가 인기 업종으로 뜨면서 커피 종류도 다양해져 갈수록 생소한 메뉴가 늘어나는 것 같다”며 “젊은이들도 이름만 봐서는 모르는 커피 메뉴가 많은데, 어르신들은 차 주문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글문화연대가 지난 2014년 서울, 부산 등 도심 13곳의 간판 3만9천여 개를 조사한 결과,

한글로만 된 간판 수는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로만 된 간판은 46%(1만8천여 개)였고, 한글과 영어·한자 등 외국어를 함께 쓴 간판이 35%(1만4천여 개), 외국어로만 된 간판이 19%(7천여 개)였다.

신조어 남발도 문제다. ‘세상에서 제일’을 줄인 ‘세젤’, ‘고구마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는 뜻의 ‘고답이’,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는 내용의 ‘낄끼빠빠’ 등. 모두 10대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줄임말이다. 불필요한 신조어 사용은 우리말을 훼손하는 동시에 의사소통에 장애를 가져오고 세대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등학생 딸을 둔 김모(49)씨는 “딸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쓰는 말이라면서 생전 처음 듣는 단어를 쓸 때가 있다. 딸과 대화를 하다 보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못 알아들을 때가 종종 있다”며 “예전부터 딸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서 노력해왔는데, 이럴 때면 세대 차이가 느껴지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남승렬기자·정은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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