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임단협을 무파업으로 마무리한 것도 1997년과 2007년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잠정합의안에 대해 오는 23일의 조합원 찬반투표를 남겨두고 있지만 우리는 여기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을 기대한다.
현대차 노사는 21일 강호돈 현대차부사장(울산공장장)과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등 노사교섭대표 50여명이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성과급과 격려금 등 일시금을 대폭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잠정협의안을 도출해 낸 것이다.
올해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도 그렇게 쉽게 타결되지는 않았다. 지난 4월 첫 상견례와 6월10일 9차 교섭 후 윤해모 현대차노조지부장 등 노조집행부가 전격 사퇴하면서 노사협상은 오리무중에 빠져들었다.
9월25일 이경훈 지부장을 비롯한 합리노선의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11월17일 제10차 교섭이 시작돼 이달 11일엔 노조가 교섭을 잠정 중단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내는 등 우려곡절 끝에 임단협이 잠정합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올해 임단협은 비록 기본급은 동결됐지만 성과급 부문에서 현대차 노조사상 최대 규모인 조합원 1인당 1500만원이 넘는 액수를 받아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무리 잘된 임단협이라도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노조원들은 있기 마련이다.
올해 현대자동차의 실적이 사상 최대란 점을 감안하면 기본급 동결에 불만을 가진 노조원도 있겠지만 대체로 노조의 체면을 구긴 협상은 아닌듯하다.1987년 현대차 노조가 설립된 이후 1994년 한해를 제외하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되풀이해 왔다.
때문에 현대차노조는 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로 국민들에 각인돼 있다. 그동안 노조파업으로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112만대의 생산차질과 11조6천682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같은 천문학적인 피해를 생각하면 올해의 무파업 임단협의 마무리는 현대차 노사에게는 가히 역사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현대차의 무파업 노사협상은 상생문화를 보여주는 획기적인 일로 우리는 평가한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선 노사 선진화를 통한 고용안정을 필요로 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 노조도 올해의 무파업 임단협을 계기로 강성노조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노사 선진화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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