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공관에서 벌어진 이상한 모임
총리공관에서 벌어진 이상한 모임
  • 승인 2009.12.2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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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의 비리의혹이 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2006년 석탄 공사 사장자리를 청탁하기 위해 `5만 달러’를 한 전 총리에게 전달했다는 선에서 한 걸음 더 나갔다.

한 전 총리를 비롯해 곽씨와 당시 산업자원부장관이었던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강동석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이 총리공관에서 점심식사를 함께 한 사실이 밝혀졌다. 정 대표의 발목이 잡힌 셈이다.

이 모임이 있은 몇 달 뒤에 곽씨는 당초 청탁한 석탄공사사장 대신 남동발전 사장으로 발탁됐다. 석탄공사나 남동발전소나 모두 산업자원부 산하다. 강 장관은 곽씨와 선후배사이여서 동석했다고 한다. 총리가 인사 청탁을 하는 사람에게 점심식사나 대접하는 자리인가. 그리고 건설교통부장관이나 산업자원부장관은 그런 자리에 배석하는 것이 과연 적절했던가.

이 정도면 제법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작성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이래서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도 부끄러운 일이 없다고 했지만 총리공관에서 인사 청탁자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만저만한 망신이 아니다. 국민의 혈세로 고작 그런 짓이나 했다니 총리처신이 그래서야 되겠는가.

사건이 이 정도로 진전됐는데도 한 전 총리는 불구속기소하고 정 대표는 손대지 않겠다는 검찰 측의 보도는 무슨 소린가. 정 대표가 21일의 최고위원회의에서 “퇴임을 앞두고 연말도 되고 해서 인사차 식사 한 번 했던 자리였고 밥 먹으러 오라 해서 갔던 것”이라고 둘러대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국민의 궁금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도대체 총리에게 선을 대서 점심대접을 받도록 한 거간꾼은 누군가. 그 자리에 정 대표를 부른 이유는 무엇인가. 산자부장관이 아니었어도 불렀을 것인지 의혹의 구름은 끝이 없다. 검찰이 당연히 전후사를 조사해서 국민적인 의혹을 풀어 주어야 한다.

최선의 방법은 정대표가 스스로 입을 열어 전후사를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다. 현재의 침묵은 금(金)이 아니라 독(毒)이다. 침묵으로 곤경을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의혹은 더 커져 종잡기 어려워진다.

민주당 측의 대응자세도 빗나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명백한 정치적 사건이라 즉답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야당에 범죄 혐의를 뒤집어씌우려는 검찰의 논리”라는 식의 반박은 걸핏하면 정치탄압이요 표적수사라고 우겨댄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민주당은 정 대표의 사당(私黨)이 아닌 공당(公黨)인데도 정 대표와 한 전 총리를 보호하느라 당을 붕괴시키고 있다. 차라리 정 대표에게 바른대로 말하라고 권고하는 것이 민주당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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