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갈등과 분노를 치유하는 사랑
<팔공시론>갈등과 분노를 치유하는 사랑
  • 승인 2009.12.2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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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올 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을 맞이했다. 어린 시절에 평소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았지만 성탄절만 되면 친구들과 함께 예배에 참석했던 기억이 있다. 청소년 시기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밤이 늦도록 거리를 헤매기도 했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 성탄 전야는 젊은이들에게는 해방의 날이기도 했다. 그 날이 어떤 날인지 그 의미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저 구속에서 해방된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

우리는 평소 만족하고 살기 보다는 늘 불만을 갖고 살아간다. 학교를 졸업했지만 마음에 드는 직장을 구하지 못했을 때 원망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직장을 구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거나 못된 직장 상사라도 만나는 날에는 그 마음고생을 이루 다 표현할 수 없다. 마음에 맞는 배우자를 구하기 위해 애를 써 보았지만 결국 예상 못했던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생을 약속할 때도 그랬다. 자녀들이 태어 난 뒤에는 그들이 부모 마음 같이 자라주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내 잘못이 아니라 이 세상이 문제이고 사회가 문제라는 것이다.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 혹은 내가 이런 일만 하고 있을 사람이 아닌데 라고 생각한다. 가진 능력과 자질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그런 불만이 어떤 때는 가까운 동료나 가족들에게 화풀이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를 향해 폭발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차츰 아무리 화를 내더라도 분노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작은 불만에서 시작된 불평이 감당 못할 큰 분란으로 발전하여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직장 동료에게 회사 생활의 불만을 털어놓았다가 어느 날 윗사람에게 불려가서 일하기 싫으면 당장 나가라는 호통을 듣는다. 별 것 아닌 일로 가족에게 짜증을 부리다가 큰 다툼이 되어 후회하는 일도 많다.

분노가 쌓이면 화병이 된다. 이는 불만이 있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그저 가슴 속에 묻어 두어야 할 때 맺혀지는 응어리이다.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에 현실의 고통을 견뎌내고 미래 자신의 꿈과 희망을 이루고자 애썼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을 때 생겨난다 할 수 있다. 화를 내봐도 분노는 사라지지 않고 참고 피하기만 하다 보니 마음 속 응어리는 생채기로 남아 있게 된다.

마음의 불만은 표현한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속으로 삭인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불을 끄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타오르는 불길과 맞서 싸우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불타게 될 뿐이다. 마음속의 분노를 없애기 위해서는 분노와 맞서 싸울 것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로 꺼야 한다. 그것이 성탄절이 갖는 의미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 조건도 없고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인류를 위해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려 죽는 길을 선택한 예수는 그 사랑과 용서를 실천해 보인 것이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불만에 대한 비판만으로는 이웃을 변화시킬 수 없다. 따뜻한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게 만들 듯이 사랑이 담긴 칭찬이야 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진정한 마음의 평화는 이웃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될 것이다. 물질적으로 절대 가난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웃을 돌보는 것에서부터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마음 하나하나가 모두 사랑의 실천인 것이다. 가족이나 동료들에 대한 한마디의 따뜻한 칭찬은 더 큰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무척 힘들고 어려운 한 해였다. 그 어떤 해보다 갈등과 분열의 힘든 한 해였다.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지만 얻은 것은 별로 없는 한 해이기도 했다. 이처럼 삶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한 마디의 칭찬이 필요할 것 같다. 사랑은 분노로 얼어붙은 우리의 마음을 녹여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쟁과 갈등으로 만들어진 상처를 치유하게 만들 수 있는 명약인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노에서 시작된 고통스런 비명소리로 가득 차 있다. 그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사랑뿐이다. 나지막하지만 사랑과 칭찬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 성탄절이 되었으면 한다. 한 마디의 칭찬으로 이웃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천사가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옆에 있는 분이 우리를 천사로 만들어주기 위해 오신 바로 그 분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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