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문을 열었더니
핏덩이 하나가 툭 떨어졌다
뭘까? 저 피의 정체는 /그것은 오욕이요
욕심으로 가득 찬 /절망의 결정체였다
다리가 후들거리면서 /현기증이 온다
왜? 사느냐고 /그동안 뭘 하며 살았느냐고
그래서 서글퍼지는 세상
오늘은 /가장 치졸한 모습으로
목숨을 구걸하는 날이다
터벅 /터벅
의사선생님이 /심장을 향해 걸어오신다
아버님요 /암은 아니고 치질이네요
아이고,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어제까지 죽은 얼굴이 /화사하게 웃고 있다
간사한 인간 본성이 /세상 밖으로
목을 내미는 순간이다
졸부는 떨다 죽고 /부자는 넘쳐 죽고
노숙자는 굶어 죽는 세상
세상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곳이다
◇이재한 = 경북 의성출생
한국시민문학협회 수석부회장
‘대구경북작가회’회원 활동 중
시집 <가난한 도시인의 자화상>
<해설> 자성이든 타성이든 삶이 그렇지 않던가. 누가 제 믿음을 깨뜨릴 수 있을까? 한 목숨이야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에야 한껏 살아야 하는 것이 이치다. 세상은 평등 속에 불평등성의 차이성이라 했으니 가난과 부 그리고 죽음조차 이에 속한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내가 될 수 없다. 이게 세상사가 아닐까? 삶 역시마찬가지다. -제왕국(시인)-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