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계신 어머니를 뵈러갔다
어머니는 굽은 허리 펴시며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내가 밥을 푸려는 순간
흰 바탕에 격자무늬가 그려져 있던 사기그릇
오래된 찬장 속에 있었다
새벽마다 맑은 샘물 한 그릇 담아
장독대에 올려놓으시던 생각이 났다
어머니는 흰 무명 앞치마 정갈하게 두르고
가족의 안녕을 빌곤했었다
간절하게 빌던 기도가 끝나면/
흰 종이를 하늘 향해 소지를 하셨다
어머니와 마주 앉아 수저를 들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다 종내
어머니의 손 때 묻은 사기그릇을 들고왔다
어머니의 정성을 모셔온 것이다
대접 안에 물을 담아놓으니
하늘이 별이 구름이 담겨있다
◇박시후= 충남 출생. 낙동강문학 신인문학상 수상.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 역임.
<해설> 진심의 관계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려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제각기 본인 특유의 인간적인 고뇌와 알 수 없는 감정선을 담은 판도라 상자가 있어 도저히 같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쉽게 잊고 살아간다. 모두 타인이지만 모두를 타인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판도라 상자는 쳐다보지 말고, 다름을 인정하는 사랑 안에서 너와 나의 봉인된 비밀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완벽하게 모르는 것이었을 때는, 파헤치려할 필요 없이 그냥 묻고 살아가는 것이 진실을 진실인 그 상태로 남겨두는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이는 영혼의 본성은 자유로워 살아도살아도 서로 다름의 인정이 완전하게 녹아들 수 없기 때문이다. 타트트밤아시(Tat tvam asi)-네가 그것이다. 당신은 신과 궁극적으로 하나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