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엔 ‘취업 대안’·장년층엔 ‘인생 2막’ 출발점
청년층엔 ‘취업 대안’·장년층엔 ‘인생 2막’ 출발점
  • 채영택
  • 승인 2020.02.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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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20) 농촌 살리는 귀농·귀촌
농업을 직업 삼는 2030
농장 체험하며 지식·정보 공유
생산·교육·관광 등 활용안 무한
6차 산업 모델 발굴 팔 걷어야
은퇴 후 시골 찾는 5060
2000년 초 유행, 한동안 지속될 듯
농부? 사회 공헌 활동? 고민 필요
준비없이 이주하면 실패할 수도
귀농마을2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주민들과 어울려 사는 모습은 우리 농촌의 미래가 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유생무생(有生無生)으로 인생을 이야기했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지 않은 것, 아무런 의미 없이 살아가는 사람을 세가지 글귀로 평했다.

「治心養性邊事目之爲閑事(치심양성변사목지위한사) 마음을 다스리고 본성을 기르는 일을 그저 한가로운 사람들의 일이라고 제쳐두거나, 書窮理 指爲古談(서궁리 지위고담) 책을 읽고 세상를 따져보는 일을 옛날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이야말로 世有一等輕薄男子(세유일등경박남자) 세상에서 가장 경박한 사람이며 살아 있어도 죽은 인생이나 마찬가지의 사람이다.」

글귀를 가만히 음미해 보면 바쁜 와중에도 사색을 통해 항상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글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되새겨보는 일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경계할 만한 글귀이다. 본래 자기 자신의 인생은 아직 미완성이다. 미완성이기 때문에 인생의 제호미(醍 酉+胡 味)는 무궁무진하다. 평범하지만 자신다운 인생을 사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느림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슬로시티는 그래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귀농·귀촌도 그 하나의 대안적 삶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귀농이라는 말을 쓴지가 얼마되지 않은것 같은데 근래 들어 귀농, 귀촌, 귀어, 귀산촌 등 다양한 의미와 형태로 도시에서 농산어촌으로 회귀하는 것을 나타내는 용어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왜 도시에서 농촌으로 돌아갈려고 하는가. 1970년대 산업화를 기점으로 농촌인구는 해마다 도시의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러한 현상이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돈이 이유였고 농업이라는 산업에 내재된 희망의 부재였다. 특히 농업이 2,3차 산업의 희생양이라는 피해 의식이 크게 작용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2018년 기준,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니라 농업인구의 감소를 보면 102만 1천가구로 2010년 117만 7천여 가구에 비해 약 96천 가구가 줄어들었다. 인구도 2010년 기준 306만 3천명에 비해 748천명이나 줄어든 231만 5천여명으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65세 이상의 농촌고령인구도 약 45%로 우리나라 전체 고령인구 비율이 14.3%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아직까지 농사일의 특성상 수확의 결과를 낼 때까지는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한 과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농업‘이라고 하면 ’힘드는 일‘로 여겨져 농사일을 꺼리게 되고, 젊은 청년들은 농촌을 버리고 도시로 탈출해 직장에 취직해서 돈을 버는 것이 곧 성공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다. 농업의 원전격인 숲은 끊임없이 사람을 끌어 들이지만 농촌은 끊임없이 사람을 도시로 내몰고 있는 이유다.

같은 자연을 이용하는데 어째서 이런 반대 현상이 나타날까. 농사는 인간이 흙과 바람과 햇빛과 물과의 끊임없는 노력과 투쟁으로 이루어지는 산물이고, 그 피와 땀의 산물이 도시인들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함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힘이 든다. 지금은 대부분 기계화되어 노동력 사용이 많이 감소되었지만 우리 조상들은 피땀으로 옥토를 일구며 그 자연과의 끊임없는 투쟁으로 한(恨)과 해학(諧謔)으로 점철된 질박한 농부의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이러한 농촌의 현실에 작은 희망의 싹이 튼 것은 2000년 초부터다. 50·60대로 대표되는 700여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차례대로 직업전선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사회로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눈을 돌린 곳은 바로 농촌, 도시의 소비적인 삶만 살다가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자연과 농촌사회 속에서 찾으려고 열병처럼 번진 농촌 회귀 운동에 편승한 것이다.

중장년층의 반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다만 성공적인 귀농정착에 필요한 것은 업이 아니라 농사와 농촌사회, 그리고 자연을 깊이 이해하려는 뚜렷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 유행한 말 중에 “귀농은 정신적 호사에 육체적 혹사”라는 말이 있듯이 귀농은 마냥 낭만적인 일만 기다리고 있는게 아니다. 전업농으로 농사꾼이 될 것인지, 귀촌으로 자연과 함께 문화적 삶을 누릴 것인지, 혹은 어느 정도 농사일을 하면서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사회에 공헌하는 적극적인 대안적 삶을 살 것인지 등에 대한 분명한 명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는 많은 귀농자가 도시로 역귀농을 하게되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 작물 선택에 따른 경제적인 이익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힘들고 실패했을 때의 마음 가짐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또한 최근 주목해야 할 귀농 세대는 청년층이다. 활기 잃은 농촌은 청년 부재의 온상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도시가 기술발달에 따른 고용의 한계로 청년의 설자리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농촌은 매력적이고 호기심을 가질만한 충분한 대안처가 될 수 있다. 인식의 전환을 다르게 한 청년들은 이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경기도의 한 농장에서 농촌에 관심있는 도시 청년들의 모내기 체험이 있었다. 이곳에 참가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귀농을 위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기 위함이고, 현재를 돌보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며 살고싶고 화학물질에 의지하지 않고도 만족하는 삶을 알려주며, 자급이 곧 더불어 사는 것, 그리고 다른 존재의 불행 위에 나의 행복을 쌓고 싶지 않으며, 자신들의 마을을 이루고 서로 조금씩 도우면서 살고 싶다는 청년 등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농촌이 청년들의 반짝이는 희망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제시해 준다.

농촌은 2,3차 산업을 뒷받침하는 주춧돌 산업이 아니라 이제는 2,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즉 생산과 가공 판매 그리고 교육과 관광에 아우르는 광범위한 어메니티자원이 농촌이라는 공간 속에는 보석처럼 묻혀있다. 체험, 자연, 전통문화, 웰빙의 이야기가 있는 농촌체험 관광을 비롯해 수확철이면 많은 도시인들이 농작물을 스스로 수확해 가져가는 프로그램, 장류 등 전통음식 항아리 임대, 유실수 과일 따기 체험을 넘어 과수 그루 임대 등 소중한 가치가 내재된 우리의 역사 문화이자 삶의 터전인 농촌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공동체의 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 바로 농촌이다.

최근 들어서는 농업이 힐링과 치유의 중요한 인자임이 증명되어 치유농업까지 등장하고 있다. 외국의 한 사례중 일본 후쿠오카의 한 작은 농촌 마을은 매년 9월이면 논두렁마다 피어있는 무릇이라 불리는 빨간 피안화와 벼가 잘 어울리는 농촌 풍경을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피안화 때문에 그곳에서 생산된 벼는 물론 각종 농산물을 관광객들에게 모두 팔고 관광수입까지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농업의 6차산업의 한 작은 모델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볼 때 청년들의 농촌 입성은 필이 이루어져야 하며, 21세기 농촌의 모델은 이러한 청년들을 중심으로한 새로운 판을 짜야할 것이다.

2018년 총 귀농자 중 30대 이하 청년층이 11.3%나 되고 귀촌자도 무려 50%가 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귀촌자 중에도 78.3%는 2년차에 다시 크고 작은 농업에 유입되고 있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그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추진력이 지금 농촌에는 필요한 시점이다. 귀농처가 어디든 오직 하나밖에 없는 삶의 터에는 섬세한 움직임으로 생명이 살아나고 질서와 연결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농사를 짓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곳, 그곳이 자신이 본래 태어난 곳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모두 자연이 살아 숨쉬는 소중한 숨터임에 틀림없다. 귀농·귀촌의 터는 아마도 자신이 찾는 가장 이상적인 보금자리일 것이다. 그곳은 언제나 따뜻한 햇볕이 일년 내내 내려쪼이고, 계곡물은 새소리와 어울려 귀를 맑게 씻어 주는 곳, 귀농은 그렇게 부푼 꿈을 꾸게 만드는 푸른 별과 같은 것이다.

우리의 농촌은 다시 활기를 찾아야 한다. 귀농·귀촌인 그들이 농촌이라는 무대에 정착하기까지는 겪어야 할 많은 아픔이 있을 것이다. 현지인들의 텃세와 선입견의 극복, 생활 방식에 대한 이해 층돌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언젠가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농가의 대문 위에 금줄을 다시 구경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임종택(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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