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방심하다 우한 닮아가는 대구
[윤덕우 칼럼] 방심하다 우한 닮아가는 대구
  • 승인 2020.02.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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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문재인 정부는 “괜찮다”며 “정부를 믿어달라”고 국민들을 안심시켰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대구시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시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 창궐국인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없이 방역을 하는 건 창문 열어 놓고 모기를 잡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사실 대구는 일주일 전부터 초비상이었다. 지난 18일 신천지 대구교회 신자인 31번 확진자의 동선이 알려졌을 때부터다. 31번 확진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10여일 동안 교회와 예식장을 포함 거의 대구 전역을 다녔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알았던 대구시민들은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달리 그때 이미 매우 다급한 상황으로 인식했다. 지난 18일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일주일만인 24일 오후 4시 현재 대구 확진자가 484명으로 늘어났다. 경북도도 같은 시각 198명으로 확진자가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자고나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정부도 이제서야 알겠지만 대구는 지금 너무나 위중하고 위급한 상황이다. 대구 동성로 등 도심지는 말할 것도 없고 도시 전체가 텅비었다. 교통량도 확 줄었고 인적도 드물다. 50여년을 대구에 살면서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지금 대구는 방송을 통해 본 중국 우한의 모습과 크게 다를바 없다. 얼마 전 마스크 품귀로 아우성 치고 병상부족으로 고통을 겪는 우한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는데 불과 며칠만에 대구·경북의 현실이 되고 있다. 물자가 부족한 중국에 마스크 수백만장을 구호품으로 보낸 대한민국이다. 문 대통령은 일전에 중국 시진핑 주석과 통화하면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했다. 단 며칠사이에 우리의 모습이 초라해졌다. 며칠 전 권영진 대구 시장은 브리핑에서 “의료 인력이 모자라고 물품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게 2020년 오늘 대구의 모습이자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음압병상은 대구에 54개, 경북에 34개 있다. 확진자 증가 추세를 볼 때 음압병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음압병상은 기압 차이를 둬 공기 중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하는 시설이다. 현재 전국에 음압 병상은 총 1천27개에 불과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환구시보는 24일 사설에서 한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를 언급하며 “이 나라들이 취한 방제 조치들이 충분하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했다. 중국 정부기관인 관영 매체들이 이들 나라가 중국만큼 예방·통제 조치를 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와중에 ‘우한 폐렴’은 중국 혐오라던 문재인 정부가 보도자료에 ‘대구 코로나’ 표기로 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뒤늦게 실수를 인정하며 사과를 하기도 했다. 급기야 권영진 대구시장은 2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지 않듯 ‘대구 폐렴’도 없다. 코로나19만 있을 뿐이다. 대구를 조롱하는 일은 하지 말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신천지 대구교회는 “신천지 예수교회와 성도들은 당국의 방역 조치를 믿고 일상생활을 해온 대한민국 국민이자 최대의 피해자”라며 “신천지 성도에 대한 혐오와 근거 없는 비난을 자제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불과 열흘 전인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에서의 방역 관리는 어느정도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입니다”고 자신했다. 그 전날에는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이 정례브리핑에서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집단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유비무환이란 말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23일 음압병상이 가득차고 난 뒤에야 위기경보 수준을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국민들은 이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몽골은 중국과 5000km나 국경이 접하지만 아직까지 단 1명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몽골정부는 이달초부터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베트남은 우한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일찌감치 중국으로부터의 모든 입국자를 차단한 41개 국가 중 하나이다. 2월 21일 기준 베트남의 확진자 수는 16 명이며 이중 15 명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때 야당 대표이던 문 대통령은 “국가 위기관리 능력이 지금처럼 허술했던 적이 없다. 메르스 ’수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었다”고 몰아붙였다. 그 시점에서 메르스 환자는 169명이었다. 지금 코로나 누적 환자는 833명이다. 누가 코로나 수퍼전파자인지 국민들은 알고 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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