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이별도 눈물도 있는 트로트의 귀환
사랑도 이별도 눈물도 있는 트로트의 귀환
  • 승인 2020.03.24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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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섬진강 매화 마을 구석구석에는 작은 매화꽃이 수줍은 듯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늦은 밤이었다. 온 나라가 코로나바이러스로 병마와 싸우고 사회와 격리되어 우울한 날. 국민 시선은 ‘미스터트롯’ 결승전에 꽂혀있었다. 시청률은 35.7%. 결승전 당일 전국에서 이 방송을 본 시청자 수는 918만명에 달했다. 한 집에서 몇 명이 함께 봤는지를 집계한 숫자다. 정동원이 인생 곡으로 배호의 ‘누가 울어’를 부르는 순간엔 최고 1007만명이 동시 시청했다. 생방송 문자 투표에는 773만 표가 쏟아졌다. 가히 전국이 트로트 열풍이었다. 트로트가 이렇게 일낼 줄 몰랐다. 코로나를 뚫고 나오는 쇄빙선이었다. 국민은 지난 3개월간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는” 네 박자 트로트 맛에 흠뻑 취해 있었다.

한국 트로트의 출발은 이미자의 “헤일 수없이 수많은 밤”으로 시작하는 1964년에 발표된 백영호 작곡의 동백 아가씨다. 작곡가 백영호는 100여 곡의 히트곡과 3,200여 곡의 작품을 발표.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작곡가다. 대표적인 곡으로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 울어라 열풍아, 아씨, 여로. 남상규의 고향의 강, 추풍령. 남인수의 운명의 캬라반, 문주란의 동숙의 노래, 배호의 비 내리는 명동 거리 등이다. 작사에 반야월이 있다면 작곡에 백영호가 있다 할 만하다.

트로트의 귀환은 작년부터 시작된 트로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으로 시작됐다. 오랫동안 봐 와서 물렸던 트로트에 신세대 트로트 가수들이 탄생해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기존의 트로트와는 다르게 깨끗하고 현대적으로 불렀다. 경연을 화려한 대결로 꾸며 새로운 쇼를 보여줬다. 뒤를 이어받은 미스터트롯은 3개월간 경선을 통해 결승에 오른 임영웅, 영탁, 이찬원, 장민호 등 끼 있는 남성 트로트 가수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미스트롯 인기를 훌쩍 뛰어넘었다. 세상이 우울하고 기대고 위로받을 곳 없고 모든 게 정지돼있는 요즘, 트로트는 전 국민을 위로해줬다.

미스터트롯은 팍팍한 삶. 힘든 시대에서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들이 자란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5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우승자 임영웅, 할아버지 품에서 자란 13세 소년 정동원. 트로트 가수로 변신한 성악가 김호중. 결손 가정에서 자랐고 방황했던 청춘들의 수많은 이야기는 내 이야기 같이 빠져들었고 위로해 주고 싶었다. 잘생긴 외모. 눈물 흘리게 하는 가창력과 호소력.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출연자는 스타가 되었다. 무명으로 살뻔했던 처지에서 인생 역전된 이들은 대형 가수로 클 것이다. 사회자 김성주 아나운서의 감칠맛 나는 ‘뜸 들이기’ 진행은 조미료이자 백미(百媚)였다.

대구·경북 출신의 영탁과 이찬원이 선과 미를 차지했다. ‘막걸리 한잔’ 영탁은 문경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안동에서 졸업했다. 2007년 가수 데뷔 후 오랜 무명의 서러움을 딛고 스타덤에 올랐다. 막창집 아들 ‘대구 조영남’ 이찬원은 영남대 2학년 재학 중인 무명으로 현란한 테크닉과 흔들림 없는 음정을 구사하는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기성 가수로 활동하는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미를 차지했다. 어떤 점에서 보면 진정한 승자는 아마추어 이찬원이다. 시상식에서 이찬원은 코로나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주민과 의료진을 격려하는 따뜻함도 보여줬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1위가 상금과 부상을 독식한 것이다. 우승 상금 1억을 진,선,미가 5천, 3천, 2천만원씩 나눴으면 좋았을 듯하다. 시상식에선 2·3위는 ‘뻘쭘’했다. 국민투표 배점 방식도 문제가 있다. 100원씩 내는 국민투표에 773만 표가 참여했다. 아마 신기록일 것이다. 7명 중 기성 가수들은 이미 알려져서 신인에 비해 유리하다. 신인에게 가산점을 줬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기성 가수 출신이 1, 2위를 차지했다.

신인이 아닌 기성 가수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것도 공정한 경쟁이라고 보기 어렵다. “임영웅이나 영탁이가 송대관이나 태진아와 뭐가 다르나”라는 의견도 있다. 순수 아마추어 가수 이찬원이 3위를 했는데 돋보이는 이유다. 그리고 국민 문자 투표 중 이름을 잘못 썼거나 이름이나 번호 옆에 이모티콘을 넣은 231만 표는 무효 처리됐다. 투표 때 이모티콘을 넣거나 이름이 틀리면 무효가 된다고 알렸다면 이렇게 많은 무효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TV조선은 방송 3개월간 125억원의 광고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미스터트롯은 5월 30일 서울콘서트를 시작으로 전국과 해외 투어 콘서트에 나선다. 신나는 트로트 뽕짝에 맞춰 경제도 살아나고 코로나바이러스도 박멸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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