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다움, 그것이 경쟁력이다
시골다움, 그것이 경쟁력이다
  • 채영택
  • 승인 2020.08.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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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 <30> 농촌어메니티
시골다움이란
사라지면 안될 오래됨 지키며
생활을 진화시키는 일 필요
그곳의 생태계·건축물·경관과
문화 등 유·무형 요소 모두 포함
정체성 유지하면서 상품화시켜
개개인 소득창출에 기여해야

대구둔산동옻골마을양반가주거지담장
대구 둔산동 옻골마을 양반가 주거지 담장이 잘보존되어 있으며 양반주택 체험도 실시되고 있다.

경산시압량면화랑훈련장의장대(장군지휘소)의모습
경산시 압량면 화랑훈련장의 장대(장군지휘소)의 모습.

영주부석사
무량수전이 내려다보이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영주부석사. 사찰과 조경 모습이 잘 어울린다.

청도운문사처진소나무의아름다운모습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의 아름다운 모습.

조선시대에만들어진성주한개마을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성주 한개마을은 한옥 100여채가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있다.

유년 시절 나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들과 산과 강을 온몸이 진흙 덩어리가 되도록 자연 속에서 뛰어다니며 놀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 어린 시절의 소중했던 시간은 적어도 내 기억 속에는 봄날의 연한 새싹이 두꺼운 나무 껍질을 뚫고 돋아나는 것처럼 나이를 먹을수록 아련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더 선명하게 자라기만 한다.

시골이라는 단어는 농촌이라는 말보다 훨씬 더 정감이 가는 말이다. 자그마한 마을 앞에 펼쳐진 논배미를 지나 갱빈(강변의 사투리, 하천부지를 뜻함)에 널부러진 바위 사이의 하얀 모래 밭에는 개미귀신(명주잠자리 유충)이 만들어 놓은 자그마한 구덩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이것은 개미귀신이 지나가는 벌레를 잡아먹기 위한 그들만의 전략으로 만들어 놓은 함정인 셈이다. 신기해서 그들 애벌레와 한참을 장난치다 해거름이면 콩다닥냉이 망초대 패랭이꽃 무성한 좁은 길 끝 작은 냇가로 향한다. 놀다 지친 새까만 몸뚱아리를 발가벗고 물장구를 치다보면 어느덧 어둠이 찾아오고 하나 둘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유년 시절의 시골의 모습은 작은 기와집과 군데군데 보이는 초가집의 앙상블, 그리고 다랭이 논 들판과 그 들판 옆 작은 냇가에 박혀있는 울퉁불퉁 크고 작은 바윗돌과 오래된 고목 아래에 누워있는 소들의 한가한 울음 소리만 평화로운 그저 내 기억 속에는 아름답고 조용한 시골 마을로 기억할 따름이다.

어느덧 그렇게 수많은 시간이 흘러 가끔 찾아가는 시골은 무척이나 변해버렸다. 구불구불한 논두렁이 예뻤던 다랭이논 군데군데 외지인들의 국적도 모를 새 집들이 들어서고 높은 담과 쇠창살로 된 대문이며 시도 때도 없는 개들의 짖음과 동네 안길을 걷다가 가끔씩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면 괜히 어색해지는 일들, 그렇게 소박하지만 정갈하고 정리되어 있던 시골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깊은 숨 몇 번으로 허파가 뻥 뚫리던 시골의 맑은 공기는 퇴비 공장으로부터 나오는 퀴퀴한 거름 냄새가 온 마을을 뒤덮곤 한다. 관련 기관에서 이름 붙인 ‘돌담마을’은 마을 안길의 담쟁이덩굴 오르는 이끼 낀 고즈넉한 돌담을 허물고 벽돌처럼 반듯하게 새로 쌓는 일에서부터 무언가 어색하다. 자연스러움을 외면하고 늘 새로운 것만 추구하다보면 시골 고유의 정체성과 전통은 매몰되기 십상이다.

시골다움의 요소로 돌담은 매우 훌륭한 자연자원이다. 가든디자이너 오경아는 “우리의 삶이 아름다우려면 우리가 짓고 만드는 것 역시도 아름다워야 하고, 이 아름다움은 그 지역의 산, 호수, 바다와 어우러져야만 한다. 사라지면 안되는 오래됨은 지키면서도, 생활을 진화시키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한다.

농촌진흥청은 시골다움을 ‘농촌어메니티(amenity)자원’이라는 용어로 정의해 놓았다. 어메니티는 쾌적한 환경을 뜻한다. 반면 자원(資原)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 생활 및 경제 생산에 이용되는 원료로서의 광물, 산림, 수산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라고 되어 있다. 즉 시골다움의 발전적 의미인 ‘농촌다움’이라는 말로 정의해 놓았다. 자원이 인간의 편리에 의해 사용되는 물질이라면 결국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인간을 위해서 사용되고 이용된다는 점에서 분명히 그 한계점이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시골다움은 그 시골에 존재하는 고유의 생물종의 다양성과 생태계, 고건축물, 경관과 공동체 고유의 문화와 전통 등, 유·무형의 요소로서 고유의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아우르고 있다.

이러한 요소를 중심으로 한 농촌다움의 발견과 계승을 통해 현대적 의미에 맞게 정체성을 유지하고 자원을 상품화시켜 주민 개개인의 소득창출에 기여를 한다면 좀 더 적극적인 의미의 시골다움으로 승화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국가에서는 우리나라 농촌의 고유한 자원을 각각 생산, 자연, 주거지, 역사·문화적 특징을 가장 잘 지니고 있는 곳을 ‘농촌다움 100선’으로 선정해 놓았다. 생산경관은 농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면서 형성되는 경관으로,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된 농촌 고유의 경관을 말한다. 즉 농업생산의 바탕이 되는 경작지 자체의 경관과 농업 시설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진 경관으로 경관 작물의 재배지역, 전통적 농업방식을 보여주는 경관, 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는 경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오래전 중국의 장예모 감독의 영화 붉은 수수밭은 그 내용은 차치하고서라도 화면은 온통 중국 특유의 강렬한 색채인 붉은 색으로 뒤덮혀 있다. 봉건제도하에 일본에 항거하는 중국인의 끈질긴 삶을 다룬 영화지만 화면을 가득 담은 붉은 수수밭의 거대한 풍경의 서사시는 우리들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생산경관으로 지정된 곳은 제주도의 유채꽃밭, 보성 녹차밭, 봉화 청량산 비나리마을 농도길, 강원도 인제의 대규모 옥수수밭, 해남 들녘의 강렬한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져 가는 모습, 남해 가천마을의 등고선을 따라 만들어진 계단식 논 등 우리가 바라보고 지켜야할 아름다운 농업생산경관은 그 외에도 많이 있다.

하지만 최근 농업의 양적인 축소로 농업생산경관이 크게 줄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는데 농촌경관보존직불제가 그 좋은 예이다. 이 제도는 지역별 특색 있는 경관작물 재배와 마을경관보전 활동을 통해 농촌의 경관을 아름답게 형성·유지·개선하고 이를 지역축제, 농촌관광, 도·농교류 등과 연계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었다.

여기에 대표적인 경관작물로는 갓, 구절초, 국화류, 꽃양귀비, 꿀풀(하고초), 달맞이꽃, 라벤더, 메밀, 유채, 자운영, 코스모스, 해바라기, 헤어리베치, 감국, 안개초, 끈끈이대나무, 백일홍, 설악초 등이 있다. 매년 이러한 경관작물을 재배하게 되면 생산지의 지역적 특색을 나타내는 훌륭한 농촌어메니티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또한 하천과 해안으로 유명한 농촌자연경관의 경우는 저수지, 하천, 해안, 어촌경관 등 다양한 유형이 있으며 이러한 하천·해안 경관요소를 통하여 농촌을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는데 함양군 송전리 용유담 경관, 전남 구례 정산마을 저수지 경관, 신안 홍도의 일몰, 전남 진안 용담호 등이 대표적이다.

농촌산림경관으로는 거창 수월리 견암폭포, 청통 은해사 야생동물보호구역, 거창군 남하 소나무숲, 함안의 여산팔경 등이 있으며, 농촌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주택, 담장, 공동시설 등의 경관 요소를 모두 포함한 경관 등은 주거지경관에 해당하는데 제주와 성산포 밭담, 장성 강진 된장마을 장독대, 함양 개평마을, 합천 덕진리 마을벽화, 함평 상곡리 물레방아, 안동 하회마을 등이 있다. 그 외 역사문화경관으로 경산 압량 화랑훈련장, 문경 가은 정자와 가은역, 산청 성철스님 생가, 담양 명옥헌 원림, 부안 화산지 백련,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 등 농촌다움으로 이미 지정된 곳은 100여 군데지만 그 외에도 숨겨진 농촌다움의 경관은 많이 있을 것이다.

이미 지정된 농촌다움의 경관은 개별 경관으로서는 매우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주변 환경과의 어우러짐이다. 언제부턴가 시골에도 빌라와 아파트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우리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 건물양식의 출현도 우리의 시선을 어지럽게 한다. 집주인이 왠만해서는 이사를 가지 않는다는 독일의 전통가옥 파흐베르크는 독일인의 자존심이다. 또한 영국의 문호 세익스피어의 아내인 엔 헤서웨이가 살았던 500년 된 집(앤 헤서웨이 코티지하우스)이 박물관과 정원으로 잘 보존 활용되고 있고,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계관시인인 윌리엄 워즈워드의 150년전 생가인 시골집이 그대로 박물관과 텃밭으로 지금도 수많은 세계인들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에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오늘날의 문제
펜션 등 숙박시설 무분별한 건축
시골 고유 문화적 정체성 파괴
한옥과 전통조경 보존·활용도
일회성 관광코스에 머무는 이유
옛것 버리고 새것만 추구하는
단편적 역사 인식 문제 아닐까

산을 허물고 새로운 길을 내고 그럴싸한 펜션과 숙박시설 등의 무분별한 건축은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일지는 모르지만 이것은 결국 오랜 세월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온 시골 고유의 문화적 정체성을 파괴하고 어디를 가나 비슷한 건물들 뿐이라면 지루함은 물론 시골다움의 가치와 매력은 점점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해외 사례를 우리의 환경과 직접 비교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세계인이 인정한 우리의 한옥과 전통조경의 보존과 활용도 일반화되지 못하고 불편함과 일회성 관광코스 정도에 머무르는 이유는 그동안 속도 경쟁만을 위해 살아온 결과 깊은 정신성과 철학의 부재로 옛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새로움만 추구하는 단편적 역사 인식의 문제는 아닐까.

인류 문명의 역사는 숲에서 시작되었고 그 문명은 시골이라는 모체로부터 흘러왔다. 이제 그 시골다움의 근원인 숲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숲에서는 인류의 모든 생활문명과 종교의식 등이 행해졌고 그 문명의 출발점에는 마을숲이 있었다. 마을숲은 농촌을 농촌답게 해주는 가장 근원적인 자연자원이다. 이것이 결국 전통 도시숲으로 발전하고 전통도시는 이러한 도시숲을 중심으로 인간적인 조경문화가 형성되는 배경이 되었다. 계속….

 

 

임종택<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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