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진인(塵人)조은산 신드롬과 국민의힘
[윤덕우 칼럼] 진인(塵人)조은산 신드롬과 국민의힘
  • 승인 2020.09.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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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미래통합당이 지난 2일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교체했다. 기본소득과 경제민주화를 당의 기본정책으로 내걸고 약자와의 동행도 선언했다. 당헌 개정에는 상설위원회인 국민통합위, 약자와의동행위를 설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제1야당의 역할을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국회가 개원한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제1야당이 보여준 것은 무능함과 무기력 그 자체다. 이번에 개정된 당의 기본정책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2중대 정도로 보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호박에 검은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능한 제1야당을 지켜보다 지친 국민들은 민초인 진인(塵人)조은산이나 ‘영남 만인소’를 풍자해 올린 백두(白頭)김모(金某), 네이버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시리즈로 유명해진 주부 블로거 ‘삼호어묵’에 더 열광적이다. 이들은 어느 날 혜성같이 나타나 고구마 먹고 체한 듯한 국민들의 응어리진 가슴을 뻥뚫어주고 있다. 그렇기에 국민들은 무능한 야당 보다는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훨씬 관심이 더 많은 듯하다. 부동산 폭등에다 조국에 이어 추미애로 이어지는 문재인 정권의 폭주와 무기력한 제1야당을 지켜보며 속에 천불나는 국민들은 속시원한 풍자로 자신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이들이 고맙기만 하다. 언론의 반응도 뜨겁다. 이들이 SNS에 글을 올리면 언론이 즉시 보도를 할 정도다. 제1야당은 물론 감히 그동안 언론이 감당하지 못한 역할도 대신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실체를 보는데는 ‘조국흑서’도 빼놓을 수 없는 1등 공신이다.

청와대 청원글 시무7조(時務7條)로 국민들의 심금을 울린 조은산(필명). 스스로 진인(塵人·먼지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한 그는 “보잘 것 없는 밥벌레이자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39세 애 아빠”라고 자신을 낮춰 소개했다. 그렇지만 그의 글은 국민의힘 103석보다 파장이 훨씬 크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주호영 원내대표도 감히 하지 못한 일을 먼지같은 사람이 해내고 있다. 제1야당을 우습게 여기는 청와대도 국민들이 알까봐 감추고 싶은 두려운 글이었다. 정부의 실정을 풍자한 이 글을 보름 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청와대는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공식 게재했다. 간절함과 절실함이 뭍어있어 폐부를 찌르는 시무 7조를 읽으면 국민들은 속이 후련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읽으면 간담이 서늘할 정도요, 제 역할을 못한 제1야당이 읽으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는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뿌리는 심정으로 시무 7조를 주청해 올리오니 부디 굽어 살피시어…”라고 까지 했을까. 시무란 그 시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일이다. 청와대 청원글의 제목은 ‘塵人 조은산이 시무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다. 참여인원은 7일 현재 4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삼호어묵은 “마트 가면 천원 더 비싼 국산 두부냐 중국산 두부냐 두부 코너 앞에서 햄릿 뺨치게 고민하고, 명품백 하나 못사고 에코백 들고 다니면서 한 푼 두 푼 열심히 모아서 한 1~2억쯤 종잣돈을 만들었는데 적폐, 투기꾼으로 몰린 주부”라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에 화나서 밥하다 말고 뛰쳐나온 39세 평범한 애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진인 조은산과는 동갑내기다. 필명 삼호어묵은 밥하다가 눈에 띈 어묵봉지를 보고 지었다고 한다. 정부가 22번이나 내놓은 부동산 정책이 왜 자꾸 실패하는지, 정부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현재 9편의 시리즈 조회 수는 총 62만여회. 반응이 놀라울 정도로 좋아 본의 아닌게 시리즈를 쓰게됐다고 한다.

자신을 경상도 백두 김모라고 밝힌 그는 지난 달 29일 ‘진인 조은산을 탄핵하는 영남만인소(嶺南萬人疏)’라는 청와대 청원글을 올렸다. 진인 조은산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김조원 전 민정수속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 등 주요인사들을 비꼬는 민초들 가슴후련한 글이다.

국민들의 답답한 심정을 풀어주는데는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부제가 붙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도 한몫을 하고 있다. 저널리스트 강양구, 변호사 권경애, 공인회계사 김경율 , 단국대 교수 서민 ,전 동양대 교수 진중권 등 5인의 진보성향 저자들이 양심을 가지고 현 정권을 비판한 책이다. 책 제목인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 25일 출간된 이 책은 최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지자들이 만든 ‘조국 백서’로 불리는 ‘검찰개혁과 촛불시민’에 대항해 ‘조국흑서’라는 별칭으로 알려져있다.

조은산과 같은 기개를 가진 국회의원이 제1야당에는 있는가. 당명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힘, 국민을 위해 행사하는 힘,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힘을 함축한 것이라는 국민의힘. 당명만 자주 바꾸지 말고 비겁하게 국민을 앞세우지 말고 국민들 앞에 서야한다. 제1야당답게 말이다. 더 이상 국민들 뒤에 숨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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