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희망의 땅, 남아프리카 공화국
<팔공시론>희망의 땅, 남아프리카 공화국
  • 승인 2010.06.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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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아프리카는 인류의 고향이라고 일컬어진다. 수백만 년 전부터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나와 전 세계로 흩어져 살게 되었다. 아프리카가 인류의 고향인 셈이다. 하지만 인류의 고향이었던 아프리카는 동시에 인류 비극의 땅이기도 하였다.

아프리카의 비극은 유럽인들이 대서양을 가로질러 해외로 진출하면서 시작되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향하여 떠나면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비극이 시작되었다면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대서양을 가로질러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에 도착한 뒤 아프리카인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인들은 인도와 중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동쪽의 이슬람 세계를 피해서 서쪽으로 바다를 건너서 아시아로 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인도와의 무역은 많은 이익을 보장해주기 때문이었다. 먼저 포르투갈의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1488년 처음 희망봉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희망봉을 돌아 인도 아시아로 가는 바닷길을 열었던 것은 바스코 다가마였다.

그는 1497년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희망봉 앞바다의 폭풍을 뚫고 인도로 가는 길을 열었다. 아프리카 서쪽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은 칼라하리 사막을 만들었고 동쪽의 따뜻한 인도양의 바람은 많은 비를 내려주어 풍요로운 사바나를 만들었다. 여기에 세계적인 야생 동물의 천국이 만들어졌고 드넓은 사탕수수 농장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희망봉 앞바다는 차가운 바닷물과 폭풍으로 배들이 침몰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남극에서 불어오는 남풍과 아프리카 서쪽의 대서양에서 밀려오는 차가운 바닷물 그리고 동쪽의 인도양에서 밀려오는 따뜻하고 습도가 높은 바닷물이 만나면 곧잘 높은 파도와 폭풍을 일으키곤 했다. 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곳 즉 폭풍이 잦아드는 이곳을 희망봉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4백 년 전 유럽 백인들이 희망봉에 도착했을 때 여기에는 이미 아프리카 흑인들이 살고 있었다. 2만 년 전부터 부시맨이 이 땅에 들어와서 살았고 2천 년 전부터는 줄루족이 들어와 살았다. 부시맨의 나라였고 줄루족의 영웅 샤카의 고향이었다. 유럽인들은 마지막으로 아프리카로 왔던 것이다.

유럽의 백인들은 이곳에서 금과 다이아몬드 광산을 찾았다. 이것을 두고 네덜란드 프랑스와 영국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처음 이 땅을 차지한 것은 네덜란드였지만 최종적으로 보어전쟁(1899)에서 영국들이 네덜란드계 보어인들과 싸워 승리함으로써 이 땅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다.

금과 다이아몬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를 만들었고 세계적으로 부유한 도시 요하네스버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땅의 흑인들에게는 비극의 상징이었다. 백인들은 합법적으로 인종 차별을 시행하고 있었다.

그것을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책이라고 했다. 1948에 제정되어 시행되다가 1994년에 폐지된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 정책이다. 전체 인구 10%도 채 안 되는 백인들이 대부분의 흑인을 억압하는 정책이었다.

백인 정부의 인종 차별에 대해 흑인들은 항거하였다. 1960년의 민중 봉기에서 시작하여 흑백간의 교육 차별에 항거하며 일어난 1976년 소웨토(Soweto) 민중 봉기. 흑인과 백인의 결혼을 금지하던 법을 폐지하여 흑인들을 회유하려 했지만 흑인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 정책에 항거하여 일어난 1985년 민중 봉기 등이 대표적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비극은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승리로 결정적 변화를 맞게 되었다. 코사족 출신 흑인 변호사였던 만델라는 인종 차별에 항거하는 인권 운동에 뛰어들었다가 종신형을 선고받고 1963년에 투옥되었다. 그는 1990년에 출옥한 뒤 1994년 4월 27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여 최초의 흑인대통령이 되었다.

흑인 정권을 세운 만델라는 보복이 아니라 대화합을 선언하였다. 아름다운 공원속의 별장 같은 저택에서 살고 있는 백인들로부터 철저하게 차별받고 억압받던 가난한 흑인들이 오히려 백인들의 만행을 용서한 것이다.

만델라 이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많이 달라졌다. 흑인에 대한 백인의 인종 차별로 유명한 나라에서 이제 희망의 땅으로 새롭게 변하고 있다. 인종 차별이 줄어가고 있고 흑인들도 교육받을 수 있고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주택을 가진 중산층 흑인이 늘어나는 등 새로운 부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인류의 희망과 화합의 역사가 다시 쓰여 질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월드컵의 참된 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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