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60년간 변하지 않은 권력, 北韓
<팔공시론>60년간 변하지 않은 권력, 北韓
  • 승인 2010.07.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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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년이 지났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이 동란으로 수많은 동포들이 희생되었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남북으로 분단된 것이 비극의 발단이었다. 6.25와 냉전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세계는 몰라보게 변했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고 60년 분단국가의 시련은 여전하다.

한국전쟁 이후 60년 동안 우리는 참 많은 것을 겪었다. 남북한 사이의 전쟁이 종결된 것이 아니라 휴전 상태에 놓여있었기 때문에 군사적 위협은 늘 반복되었다. 공산주의를 반대한다는 남한의 `반공(反共)’ 구호는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한 최고의 가치가 되었고 그 누구도 위협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만들어 주었다. 그것이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는 좋은 핑계거리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반공이데올로기’ 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것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커질수록 권력을 굳건하게 지켜주는 도구가 되었다. 반공이라는 개념 앞에서는 부패한 독재 권력을 비판하는 어떠한 민주적인 정당한 주장조차도 범죄로 취급되었다. 1972년의 `10월 유신’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질식하는 듯했다. 군사적 분단국가에서 정치적인 민주화를 얻는 것은 이례적이고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 정치적 민주화였다. 민주주의는 총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두른다고 되는 문제도 아니었다.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었다. 그것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많은 학생 시민들의 희생과 그들을 외면하지 않는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정의로운 운동이었다. 4.19에서 시작되고 1980년대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된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세계 민주화의 모델이 되고 있다.

경제 발전 역시 60년 한국 현대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6.25전쟁 이후 시작된 냉전체제의 이념 대결 구도 속에서 남북한의 군사 정권은 경제 개발에 매진했다. 서로의 체제에 대한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최우선적으로 내세우는 목표가 국민들에게 경제적 풍요를 누리게 해 주는 것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고통 받고 있던 국민들을 기아와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였다.

소련의 지원 아래 경제적으로 먼저 앞서 나간 것은 북한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원조로 6.25의 폐허를 딛고 서서히 경제력을 회복하기 시작한 남한이 70년대 초반 북한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수출 주도의 경제 개발 정책은 남한의 경제력을 크게 높이게 되었다. `반공이데올로기’ 아래에서의 경제성과에 고무된 국민들은 1970년대 말 `수출 100억 달러’ 라는 구호를 향해 잠시도 한 눈 팔지 않은 채 앞으로만 달려갔다.

목표를 달성하고 북한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승리하였다고 자랑하던 그때 우리는 열악한 환경에서 희생을 강요받고 있던 노동자와 빈곤에 방치되어 있던 소외 계층을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민주화 운동은 군사 독재에 대한 저항에서 사회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민주화운동으로 확대되었다. 고도 경제 성장보다는 분배의 정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확산하려는 시민운동으로 민주화의 방향이 전환되기 시작하였다. 민주화와 경제 발전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다양하게 변하였다.

6.26의 폐허와 빈곤 속에서 다시 일어난 대한민국이다. 이제 우리는 세계화 국제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누리며 살고 있다.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이런 가치를 더 이상 서구의 가치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리가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찾아낸 귀중한 재산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감탄하고 있는 오늘날 북쪽의 김정일 정권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이 서구로부터 민주주의와 그 가치를 배워 스스로 민주화를 통해 세계 민주주의 질서를 지키는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동안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세계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오히려 원조하는 나라로 변신한 대한민국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을 때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6.25 이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 인민들의 고통은 여전하지만 권력 세습에 대한 그들의 야망은 끝이 없어 보인다. 평화 통일을 향한 우리 민족의 염원을 외면한 채 오늘도 서해상에서 새로운 긴장 관계를 조성하려 애를 쓰고 있으니 변하지 않는 것은 북한 정권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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