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를 찾아서> 비와 소년
<좋은시를 찾아서> 비와 소년
  • 승인 2010.07.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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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창

삭은 바람은 은밀한 습기 터질듯 품고
토담집 댓돌아래 맨 흙바닥엔 팔월의 태양에
지친 누렁이 엎디어 게으름 피운다.

또닥또닥 시련을 걷어내는 낯익은 조짐
설핏 피어나는 흙먼지 내음 따가운 땡볕아래
검게 탄 아이들 등짝에는 즐거운 간지럼

머얼리 산허리 빗장 풀며 다가오는 소낙비는
어설픈 잰걸음 뛰다 돌아보고 또 뛰다
한 숨 골라도 내 뜀박질보다 느린 놈이다.

황서말개 뽕나무밭 아스라한 들판까지
모두 삼킬 즈음 장롱 깊이 개켜둔
얇은 이불을 서둘러 찾아 이미 차가워진
낡은 마루 위에 덮고 누우면 천둥벌거숭이
촌놈에겐 알싸한 호강거리

자라목한 이불 속 깔깔한 감촉에
야릇한 소름이 팔뚝부터 돋는 건
한 여름 맛보는 겨울나기 소꿉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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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상주, 경남 함양 거주, 2002년 귀농, 생태운동가, 낙동강문학 편집위원 역임.
現) 경남 함양 녹색대학 교수, 현) 청미래농장 대표, 現) 한국시민문학협회 부설 낙동강문예대학 교수

해설)잘 정돈된 대화로 축성된 세상에 게임의 논리만 있을 것 같지만 맑은 하늘을 이은 흐린 날의 빗줄기는 그 자체로서 존재감을 각인한다. 화려한 호텔의 긴 복도를 따라 가다가 문득 비상구를 열었을 때 주목받지 않는 계단의 층계참에서 비로소 긴 숨을 몰아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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