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께 어느 민초가 드리는 편지
김명수 대법원장께 어느 민초가 드리는 편지
  • 승인 2021.03.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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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여기저기 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우수도 지나고 모레면 개구리가 입을 여는 경칩입니다. 대동강물 풀리듯 우리의 삶도 밝고 푸르렀으면 좋겠습니다.

김대법원장님! 지금 백성들은 ‘코로나19’라는 못된 역병으로 삶이 지쳐 있습니다. 서민의 가슴에 다가가 보세요. 소상공인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혹여 법복에 가려 들리지 않으신다면 이제 그만 그 무거운 법복을 벗는 게 어떨까요? 암울한 질곡에서 허덕이는 민초들에게 실낱같은 희망과 용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김대법원장님!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소년(양을 지키는 목동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한 통에 정작 늑대가 나타났을 때 주민이 도와주지 않아 양을 전부 잃어버린 이야기)’이 기억나시지요? 9개월 전 임성근고법부장판사가 사의를 표명하자 “탁 까놓고 여권에서 탄핵을 하려고 저리 설쳐대는데 사표수리가 어렵다”고 한 말도 기억 못한다고 했는데 제 기대치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이 우화는 너무나 유명해서 60여 년 전 초등 교과서에도에 실렸고, 현재도 이 우화를 손주들이 읽고 있습니다. 자식들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이를 어긴다면 무슨 부모입니까?

김대법원장님! 지금 우리나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로 국민들이 넌더리를 칩니다.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위선과 독선이 그랬고, 여기다 대법원장마저 동승했으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자유당정권, 4.19의거로 집권한 민주당정권, 민주공화당정권, YS정권, DJ정권에 이어 노무현정권, 이명박, 박근혜정권, 문재인정권을 쭉 경험했지만 사법부 수장만큼은 존중했습니다.

사법부는 국민의 인권을 지켜주는 최후 보루였기 때문입니다. 가혹한 정권일수록 법관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습니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법관’. 그러기에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권력으로부터 서민을 지켜주는 사법부 수장이 정치권과 권력의 눈치를 본다면 민주주의가 나락에 떨어진 것과 진배없습니다.

게다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여야 하는 법관마저 법원장자리 꿰차려고 두리번거린다면 큰일입니다. 물론 사실과는 다를 테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법원이 김대법원장이 속해 있는 사조직 멤버가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설들로 뒤숭숭합니다. 건국 이래 대법원장의 권위와 신뢰가 지금처럼 바닥에 떨어진 때는 없었지 않나 싶습니다.

김대법원장님! 권력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입니다. 그런데 행여나 권력욕에 집착하여 자리에 연연하신다면 더 큰 우를 범할지 모릅니다. 만약 정권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는 전보시키고, 우호적이라 여겨지는 판사는 이례적으로 잔류시킨다면 이보다 더 큰 역사의 죄인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법조계와 국민들은 김대법원장님의 법관인사에 의문의 눈초리로 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청와대관련사건, 조국사건 등 정권의 역린을 건드린 사건들에 대한 담당 법관을 인사관행을 깨트리고 친정권적인 판사들로 유임시켰다는 평이 자자합니다.

실제 정권에 유리한 판결과 관계없이 그런 개연성이 있는 인사 자체만으로도 사법부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우려가 큽니다. 어떤 면에서는 지방법원장에서 파격적으로 문재인대통령에게 발탁된 김대법원장 입장으로 보면 은혜를 보답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겠지요. 하지만 대법원장이기에 정권의 입맛에 맞출 수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지금 우리의 환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특히 사법환경이 최악의 수준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미애법무부장관의 검찰장악이 실패하자 검찰의 수사권을 아예 없애겠다고 나서지 않나, 박범계장관 역시 검찰인사에서 윤석열검찰총장과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패싱하는 막무가내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실정인데 사법부마저 흔들리면 어떻게 합니까?

김대법원장님! 사법고시까지 합격한 여권 국회의원들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법논리로 정권호위무사로 나서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검찰이 말을 안 듣는다고 수사권을 없애버리겠다고 나서는 형국이지 않습니까?

민주주의의 요체가 삼권분립인데 이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판에 정권의 눈치를 보며 슬슬 기는 사법부 수장을 하여서 뭐합니까? 솔직히 거짓말쟁이 목동과 같은 ‘대법원장’은 보기 민망합니다. 깨끗이 잘못을 시인하세요. 그리고 사법부내 암초처럼 자라고 있는 ‘인권법연구회’를 해체한다면 그나마 사죄하는 뜻이 되겠지요.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 자신도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이 모두가 대한민국이 자유민주로 정착하기 위한 마지막 고통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 어떤 권력도 자유와 정의를 앗아갈 수는 없습니다.

김대법원장님의 건강과 ‘솔로몬의 지혜’가 함께 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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