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자 칼럼>회전문과 코드인사도 적재적소라야
<대기자 칼럼>회전문과 코드인사도 적재적소라야
  • 승인 2010.07.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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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흔히 돌고 도는 인생이라고 말한다. 모든 태양계가 중력과 인력에 의해서 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래서 인생도 따라 도는지 모른다. 심지어 유행가에도 `돌리고 돌리고’가 나왔으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모두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돌지 않는 것은 없다.

네모거나 세모라고 할지라도 사람의 손만 타면 거침없이 돌게 되어있다. 과거와는 달리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비행기를 탄다. 배를 타도 마찬가지고 사람이 움직이려면 두 바퀴든, 세 바퀴든 바퀴가 돌아가야만 한다. 그러다보니 요즘에는 큰 건물의 입구는 대개 회전문이 돌고 있다.

사람의 힘으로 밀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입구에 들어서기만 하면 전기의 힘으로 저절로 돌아간다. 밀던 회전문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은 자칫 손으로 밀 때가 있는데 손을 대면 회전문은 자동으로 멈춘다. 빨리 돌리려고 손을 댔는데 오히려 정지하는 낭패를 본다.

이처럼 회전문이 편리하기도 하지만 손을 대면 돌아가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요즘 언론의 표적이 되고 있는 회전문 인사 역시 손을 대어서는 안 되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든다. 회전문 인사란 한번 썼던 사람을 다시 불러다 쓰고 또 그만둔 다음에도 다시 임명하는 인사정책을 말한다.

임명권자의 신임이 극진하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인데 폭 넓은 인사를 기대하는 국민의 뜻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원래 인사라는 것은 임명권자의 고유권한이다. 제삼자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처지가 아니다. 그렇더라도 주권을 가진 국민의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비판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국민의 여론을 들어주고 안 들어주는 것은 임명권자의 뜻이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공직자들에게 주어진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인 보장이 되어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단체장으로 뽑힌 인사들도 모두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측이 대거 당선하는 통에 지자체마다 인사폭풍에 휘말리고 있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인사는 뭐니 뭐니 해도 대통령이 행사하는 청와대인사가 가장 큰 관심을 끈다.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중요 직책이 거기서 가름하기 때문이다. 이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그동안 `회전문’이라는 비꼬임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대폭 달라질 모양이다. 특히 사회통합수석실을 신설하는 것은 소통을 중시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대통령 실장에 임태희가 내정된 것은 언론의 상당한 호감을 받고 있는 듯하다.

국회의원직도 버리는 부담을 안으면서도 이를 수락한 것은 이명박정부의 후반기를 꾸려 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3선의 국회의원을 거쳐 노동부장관으로 확고한 노사관계를 정립시킨 능력과 뚝심의 소유자다. 외모도 부드럽고 말솜씨도 자근자근해서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스타일이다. 당에서 정책위의장도 역임했기 때문에 당정청 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응대가 쉬울 것으로 예측된다.

노무현정권 시절에는 자고새면 코드인사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코드가 맞는 사람들만 기용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코드가 맞지 않으면 위아래가 통하지 않을 것이기에 코드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동정론도 나왔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자기의 뜻과 맞는 인사를 기용하는 게 당연하다. 인사권자의 의사와 동떨어진 의견만을 고집하는 사람은 곧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수는 있지만 함께 일하기 힘들다.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하고 자기주장만 강력하게 내세우면 화합이 되지 않을 것은 뻔하다. 따라서 자기와 평소 잘 통하는 사람을 쓰게 된다. 선진국에서도 대통령이 된 사람들은 가까운 동지나 친구들을 많이 기용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역대정권에서도 모두 자기 사람을 많이 썼다. 문제는 전적으로 자기 둘레에서만 사람을 챙기는 일이다. 한번 편파적으로 흐르면 무능하거나 부적당한 인사가 자리를 차고앉는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정된 이를 쓴다면 누가 학연이나 지연을 탓하겠는가. 인사는 적재적소라고 했다. 그 자리에는 꼭 그 사람이 들어가는 게 옳다는 판단이 선다면 주저할 것이 없다. 그런데 욕하면서 닮는다고 역대정권의 인사를 보면 대부분 회전문이거나 코드에 맞췄다. 군사독재 하에서는 특성상 군 출신들이 다수 등용되었으며 영남인들의 출세가 많았다. 김대중 때는 호남인맥이 판을 친다는 말을 들었다.

모두 부정적 평가의 대상이다. 30년간 이어온 영남인맥과 뒤늦게 정권을 잡아본 호남세력은 사실보다 큰 간극처럼 알려졌지만 기실 내용상으로 보면 한줌밖에 안 되는 권력자의 주변 싸움에 불과했다. 정권을 잡은 측과 놓친 측의 어쩔 수 없는 갈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과장한 부류들이 민족의 화합을 저해한 셈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바는 임명권을 가진 사람은 흙 속에서 옥을 찾아내듯이, 대낮에 촛불을 켜들고 진리를 탐구하던 철학자의 자세로 공명정대하고 능력 있는 인사를 발굴해내는 게 시급하다. 이런 원칙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인정되는 게 소통이다. 이래야만 나라가 깨끗하고 밝아지며 희망이 넘치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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