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불신공화국이 된 대한민국
[윤덕우 칼럼] 불신공화국이 된 대한민국
  • 승인 2021.04.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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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무신불립(無信不立).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관련해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의 신뢰가 없이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글귀를 마음에 새기고 국민께 드린 약속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25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으나 집값과 전월세는 오히려 가파르게 올랐다.

자공(子貢)이 정치(政治)에 관해서 스승인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합니까?" 하고 또 물었다.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다시 물었다.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죽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가르쳤다. 이처럼 국가에서 군대보다도 중요하고 식량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국민의 신뢰다. 그래서 정세균 총리도 무신불립을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힘들어지는데 경제는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문제도 곧 잡힌다고 했지만 집값은 폭등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이 맞은 백신까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불신(不信)공화국이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18일 백신 확보 현황과 접종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백신 부작용 관련 언론사 보도 요약'을 첨부했다. 백신 확보와 접종에서 뒤처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해외백신 부작용'을 부각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정부는 백신 선 구매가 늦어진 것은 백신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정부의 지각 대응이 아니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배포한 관련 보도자료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텍)·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의 부작용 발생 사례를 전한 언론 보도를 두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소개했다.

결국은 이런 해명 방식이 백신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예고된 부메랑이다. 지난 달 23일 오전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날인 24일 "제가 맞아보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SNS에 남긴 글에서 "함께 접종받은 11명 모두 아무 이상이 없거나 미열, 뻐근함 정도가 있었다는 것이 전부"라며 "사람에 따라 증상이 심한 분들도 있지만 면역이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의 안전성은 전 세계가 공인하고 있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안전성 논란을 이제 끝내달라"며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받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의도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의 AZ접종영상은 의혹만 증폭시켰다. 간호사가 백신 뽑은 후 왜 즉시 접종않고 칸막이 뒤로 가서 뭐 했나? 칸막이는 왜 설치했나?는 의혹들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주사기 바꿔치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핵심은 주사액을 소분한 주사기가 칸막이 뒤에서 나올 때 뚜껑이 다시 씌워졌다는 것. 효과성·혈전 논란이 일었던 AZ 백신 대신 화이자 백신으로 바꿔치기 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의혹은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빠르게 퍼졌다. 방역당국은 24일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접종장면을 공개하기 위한 촬영이 이뤄지면서 접종에 시간이 걸리자 주삿바늘의 오염방지를 위해 캡을 씌웠다고 주장했다. 질병관리청은 접종에 대한 불안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한편 국민 절반은 정부의 백신 부작용 보고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지난달 25일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24일 18세 이상 1천10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이 백신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정부 발표'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신뢰한다'는 응답은 46%였고 '모름·무응답'은 5%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무신불립이다. 대통령의 말도 믿지 못하는 불신의 시대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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