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함창 담꽃새 마을]손맛으로 빚은 전통장 ‘명성’…어르신들 일하며 활력 충전
[상주 함창 담꽃새 마을]손맛으로 빚은 전통장 ‘명성’…어르신들 일하며 활력 충전
  • 배수경
  • 승인 2021.08.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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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야 시조 김고로 함창에 건국
오봉산 아래 자리잡은 농촌마을
메주 작업장서 어르신 공동 작업
적적함 달랠 동네 사랑방 역할
소비자에 된장항아리 분양도
작년 138개 농가 콩 400t 판매
본래 오봉산 정상부근에 있던 마을이 6,70여년 전부터 하나둘 산아래로 내려와 새로운 터를 잡아 신흥리가 되었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신흥리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된장과 간장을 담아 판매한다. 전영호기자
본래 오봉산 정상부근에 있던 마을이 6,70여년 전부터 하나둘 산아래로 내려와 새로운 터를 잡아 신흥리가 되었다. 전형적인 농촌마을인 신흥리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된장과 간장을 담아 판매한다. 전영호기자

 

2021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상주 함창 담꽃새마을

서기 42년 김해 구지봉에 붉은 보자기에 싸인 황금상자가 내려왔다. 상자에는 6개의 알이 있었다. 그 알에서 여섯 아이가 태어났다. 그 지역을 다스리던 아홉 부족장이 첫 번째로 태어난 아이를 왕으로 추대했다. 금관가야의 시조인 김수로왕이다. 나머지 다섯 아이들도 자신들의 나라를 세웠다. 이것이 금관가야를 중심으로 한 6가야 연맹이다. 한 아이는 낙동강을 따라 오르다가 함창에서 나라를 세웠다. 고령가야(대가야가 있던 고령과 구분짓기 위해 학계에서는 고녕가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의 시조인 김고로(고로왕)다. ‘고령가야 태조왕릉’이 함창읍 증촌리에 있다. 함창읍 신흥리 오봉산 자락에 있었던 ‘남산고성’에 고령가야의 왕궁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다섯 개의 산봉우리가 연이어 있는 오봉산(240) 아래에 신흥리가 있다. 본래 오봉산 정상 부근에 마을이 있었으나 고지대라 생활이 많이 불편했다. 특히 산 아래 들판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마을로 운반하는 일이 힘이 들었다. 6·70여 년 전부터 하나 둘 산 아래로 내려와 새로운 터를 잡으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새로 생긴 마을이라고 해서 신흥리라고 했다.

고령가야의 안산(案山)으로 불리는 오봉산에는 750여 기의 고분군이 형성되어 있다. 2019년 실시한 학술정밀지표조사에 따르면 길이가 20m 이상의 대형 고분도 7기나 된다. 고분을 만들 때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채석장의 흔적도 확인됐다. 별자리를 새긴 국내 최대의 성혈석도 발견됐다. 세로 10m에 가로 4m, 높이 2m에 이른다. 크고 뚜렷해 국보급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창사마록봉안소’라는 특별한 시설이 있다. 사마소는 생원과 진사 등 과거에 급제한 선비가 50명 이상 배출된 고을에 설치된 지방유림의 자치기구다. 전국에 청안, 옥천, 경주, 함창 등 4개소가 남아 있다. 함창사마록에는 1438년에서 1849년 사이에 급제한 진사와 생원 227명과 장원 72명, 양시 18명, 문과 81명의 명단이 기록되어 있다. 조선 초기부터 후대까지 과거 급제자의 명단을 적은 기록문화의 진수로 불린다. 현재의 봉안소는 2017년 정면 3칸 측면 1.5칸의 팔작지붕 한옥으로 신축됐다.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612호로 지정된 함창사마록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담꽃새마을어르신들메주짚손질
마을 어르신들이 메주를 매달 짚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

신흥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벼와 보리, 콩, 양파 등을 많이 재배한다. 2017년에 ‘담꽃새 메주된장마을 영농조합법인(대표 조희제·54· 이하 담꽃새)’이 설립됐다. 담꽃새는 신흥3리의 자연부락인 꽃들과 새담, 새마에서 한 글자씩 따와서 만든 이름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된장과 간장을 담아 판매한다. 메주에서부터 된장, 간장까지 모든 작업은 마을 어르신들이 참여한다. 콩 선별에서 된장까지 모두 공동작업으로 추진한다. 첫해에는 모든 어르신들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된장을 담그도록 했다. 현재는 그 중에서 가장 맛있는 된장을 선발해 그 방식대로 담근다. 품질의 균일화를 위해서다.

판매와 더불어 된장항아리도 분양한다. 소비자들이 마을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된장을 담그고 필요할 때 가져간다. 현재 40명의 소비자들이 분양을 받았다. 된장 항아리 분양인 동시에 된장 담그기 체험이다.

황토 건조장에서 건조 및 발효중인 메주 모습
황토 건조장에서 건조 및 발효중인 메주 모습
도시 소비자에게 분양한 된장 항아리
도시 소비자에게 분양한 된장 항아리

 

메주와 함께 농산물 판매도 한다. 쌀과 보리쌀, 콩, 양파, 비트, 꿀 등 마을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을 판매한다. 지난해 138농가의 콩 400톤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는 모든 농가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면 담꽃새를 통하여 판매한다. 농산물 보따리를 들고 시장에 팔러가는 일이 사라졌다. 특히 소량다품종을 재배하는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담꽃새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모든 농산물은 신흥리에서 함께 활동하는 나누리영농조합법인(대표 오춘환, 55, 이하 나누리)에서 공급한다. 신흥리를 비롯한 인근 지역의 158농가가 참여한다. 담꽃새와 나누리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 나누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담꽃새에서 가공하고, 위탁판매한다. 농산물의 선별과 포장 등 모든 작업은 마을 어르신들이 담당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을 한다. 어르신들은 집안에 일거리가 없으면 자연스럽게 담꽃새로 모여든다. 용돈도 벌고, 무료한 시간도 보낸다. 마을의 사랑방과 빨래터처럼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폐교 활용 ‘오봉산생태문화관’
천연염색·한지공예 문화 체험
도시 소비자 초청 ‘알콩달콩축제’
먹고 즐기는 ‘노꼬바리축제’ 재미

주민들이 운영하는 오봉산생태문화관도 있다. 폐교된 초등학교 부지에 현대식 건물로 신축했다. 1층에는 전시관과 식당,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다. 2층은 펜션으로 운영하면서 건강관리실과 찜질방 시설을 갖추었다. 미니축구장, 배구장, 씨름장 등의 체육시설과 바비큐시설, 쉼터가 있다. 천연염색과 장아찌, 꽃차, 떡메치기, 한지공예 등의 체험활동도 진행한다.

10월에는 노꼬바리축제를 연다. ‘노꼬바리’는 학창시절 논두렁에서 도시락 까먹고 땡땡이치는 것을 말한다. 하루라도 힘든 농사일을 접어두고 즐겁게 땡땡이치며 즐기자는 의미를 담은 축제다. 주민들의 난타공연, 오봉산 댄스공연, 색소폰 연주, 어르신 교복 콘테스트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이날은 모두가 어린 시절 개구쟁이로 돌아간다. 2019년 경상북도 농촌축제 콘테스트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시 소비자를 초청해 농산물을 전시판매하면서 노래자랑 등을 통하여 소비자와 주민들이 함께 어울리는 알콩달콩축제도 열린다. 신흥리는 고령가야국의 오랜 역사와 사마소를 중심으로 한 청렴한 선비정신이 깃들어 있는 마을이다. 오늘 날에는 담꽃새와 나누리를 중심으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마을로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마을로 자리 잡았다.

이재수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 마을은>

조희제 대표. 조희제 대표. 황토벽돌로 만든 메주 건조시설에서 건조와 발효과정을 거친다. 

 

노노케어 도모 '마을 복지회관 건립' 추진... 조희제 담꽃새 대표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갔다가 20년 만에 귀향을 했습니다. 인천에서 도시가스설비업을 하다가 원청업체의 부도에 휘말려 전 재산을 날렸습니다. 3년에 걸친 법정다툼을 벌였으나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조 대표는 2007년 귀농해 쌀농사를 지으면서, 마을 이장을 맡아 9년 동안 마을을 위해 봉사활동을 했었다. 현재는 벼와 콩을 재배한다.

2018년 조 대표가 중심이 되어 담꽃새를 설립했다. 담꽃새 설립에는 총 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상주시에서 일부 사업비를 지원을 받았으나 자부담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지역농산물을 가공하고, 직거래로 농산물을 판매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일부에서 과연 성공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망설였다. 다행히 9년 간 이장 직을 맡아 일할 때 쌓은 신뢰감 덕분에 설립에 성공했다. 조합원들은 10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출자해 자부담을 해결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판매성과가 좋아 지난해에 2.5%의 이익배당금을 지급했다. 조만간 배당금을 6.5%까지 올릴 수 있도록 품질관리와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다. 

장기과제로 마을 복지회관건립을 추진 중이다. 공동숙식과 요양원 기능까지 갖출 예정이다. 농촌마을이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공동생활을 통하여 숙식을 해결하고 서로서로 돌보는 '노노케어'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건강관리와 휴식의 기능을 가진 복합공간으로 꾸미면서, 요양원 시설을 설치해 거동이 완전히 어려운 어르신들이 마을 안에 있는 요양시설을 이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마을의 요양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정서적인 안정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요양원시설은 사회복지기관에 위탁해 전문화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어르신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요양원으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평생을 살아온 고향을 떠나는 아쉬움과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다는 슬픔, 외지 요양원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겹쳐지기 때문"이라고 조 대표는 말한다. 마을을 떠나는 어르신들의 슬픈 눈빛을 마주한 날에는 밤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어르신들이 고향마을에 있는 요양시설에서 지내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마을에 요양보호사 자격을 가진 부녀회원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가 볼만한 곳> 

공검지
공검지

삼한시대 축조 국내 3대 저수지... 공검지 

 상주 공검지는 삼한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저수지다. 제천의 의림지, 김제 벽골제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저수지로 불린다. 규모도 크고 역사도 길다. 지금은 규모가 많이 축소되었지만 각종 기록과 구전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얼마나 큰 저수지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고려 명종 25년(1195)때 상주사록으로 있던 최정분이 제방을 수축을 하면서 길이가 860보, 둘레는 22리라고 했다. '볶은 콩 3되를 한 알씩 먹으면서 말을 타고 못 둘레를 걸어도 콩이 모자란다.'는 설화를 볼 때 축조 당시에는 대단한 규모의 저수지였음을 알 수도 있다. 

공검지 제방은 판자와 판자사이에 흙을 넣고 다짐을 하는 판축기법으로 쌓아 올렸다. 물의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사다리꼴이 되도록 쌓아 올렸다. 잔자갈과 흙을 다질 때 진흙을 사용해 공급을 없앰으로써 물이 새는 것을 막았다. 축조 당시에 '공갈'이라는 어린아이를 묻고 제방을 쌓았기 때문에 공갈못으로도 불렸다는 '매아설화'를 품고 있다. 

2011년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며, 경북기념물 제121호이기도 하다.  저수지 전체에 연꽃이 심겨져 있으며, 연꽃을 감상 할 수 있도록 저수지 중간에 방사형 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 큰고니, 붉은배새매 등이 서식하고 있다. 한국 고유종인 각시붕어와 눈동자개도 있다. 바로 옆에 잇는 공검지 역사박물관이 잇어 공검지와 농경문화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자연환경해설사가 배치되어 자연환경해설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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