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자살, 결코 혼자의 죽음이 아니다
[달구벌아침] 자살, 결코 혼자의 죽음이 아니다
  • 승인 2022.03.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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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죽음은 슬프다. 생명이 끝나고, 죽음에 이르게 되면 더 이상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질 수도 없고, 그들과 밥을 같이 먹을 수도 없다. 함께 여행을 갈 수도 없고, 함께 좋은 영화를 볼 수도 없다.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으니 죽음은 슬프다.
요즘은 혼자 쓸쓸히 죽음의 순간을 맞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한평생 외로움에 몸부림치다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쓸쓸하게 끝을 맺는다. 마지막을 지켜주는 사람 한 명 없이 그들은 고독하게 죽어간다. 그래서 고독사는 어떠한 죽음보다 슬픈 죽음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세상과 이별하는 순간, 곁을 지켜주는 사람도 없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울어줄 사람도 없다. 쓸쓸히 혼자서 죽음의 순간을 맞이해야 고독사는 생각만으로도 슬픈 죽음이다. 그런데 본인이 생각할 때 고독사보다 더 슬픈 죽음이 있으니, 그것은 자살이다.
자살(自殺)이란 단어는 스스로 자(自), 죽일 살(殺) 자의 합성어로 '자기 자신을 죽인다'라는 뜻이다. 자살이란 단어가 슬픈 이유는 가해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기를 자기 손으로 죽여야만 했을까? 참으로 슬프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유로 많은 사람이 자살이란 안타까운 선택을 하고 있다. 자살을 일컬어 '사회적 타살'이란 말이 있듯이, 자살은 이제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연약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행위로만 생각해서 개인이 해결 방법을 찾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 자살을 단순히 한 사람이 죽는 안타까운 사건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자기 자신 하나만을 죽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 없는 사람을 함께 죽이는 행위와 같다. 그 이유는 사람이란 존재가 단순히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과 관계로 묶여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본인도 살면서 힘 빠지는 날도 많았고, 우울한 날도 많았었다. 그럴 때마다 불쑥 고개를 내미는 못된 생각이 있었다. 그 생각이 깊어지고 그로 인한 우울한 감정이 온몸을 휘감은 날이면, 나도 감당 못할 깊은 늪에 빠져 모든 것을 끝내고 싶은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때 나의 밖에서 나지막이 속삭이는 말 '이만하면 됐어. 이제 그만 좀 쉬어'라는 위로를 닮은 말이 들려온다. 그때 나도 모르게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본인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 하나 사라지면 모든 것이 끝 나고, 이제는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소리는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소리였다.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고, 친구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란 존재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맺어진 그런 존재였다. 그래서 자살은 나 하나를 죽이는 행동을 뛰어 넘어서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그들의 사람'을 죽이는 일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함부로 자살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여러 사람들과 얽히고설킨 사람이다. 나는 그냥 나 혼자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누구'이다. 즉, 우리 부모님에게 나는 아들이다. 그래서 내가 죽는다는 것은 우리 부모님의 아들이 죽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내가 나를 죽이는 행위는 우리 부모님의 아들을 죽이는 행위가 된다. 또한 내 아내에게 나는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다. 그래서 나를 죽이는 행위는 아내의 남편을 죽이는 행위와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를 죽이는 행위이고, 우리 누나들에게는 동생을 죽이는 행위와 같은 것이다. 내 동생에게는 형을 죽이는 행위고, 우리 처가 식구들에게는 김서방을 죽이는 행위와 같다. 내 초등학교 친구들에게는 오랜 친구를 죽이는 행위가 되고, 내 수업을 들은 수많은 학생들에게는 김순호 교수를 죽이는 행위가 된다. 그것이 바로 자살이다. 자살은 혼자 죽는 것이 아니고 수없는 역할과 관계된 사람이 함께 죽는 사건이다. 결코 혼자의 죽음이 아니다.
사람은 많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부여받고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개인(個人)을 넘어서 공인(公人)과 같다. 이제 우리 모두 공인으로서의 마음가짐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살기로 하자.
답답하고 꽉 막혀 더 이상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그때는 뒤집어 보기로 하자. '자살'을 뒤집어 '살자'로 만들고, '죽자'에 쏟을 에너지를 '살자'에 쏟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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