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車 전용도로 외 진입 가능
터널 어두워 대형 사고 위험 커
발광장치 부착·착용 의무화 필요
놀란 A씨는 112로 전화해 상황을 알리고 “터널 내 전동킥보드 주행을 제지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팔공산터널이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하필 옷도 검은색을 입고 있어서 멀리서는 ‘검은 작대기’처럼 보였다. 해가 지기 전에도 터널 안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라며 “너무 위험해 보여서 경찰에 바로 신고했지만 손쓸 방도는 없었다”라고 전했다.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도심 터널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전동킥보드 터널 운행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동킥보드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 가운데 ‘개인형 이동장치’에 해당해 ‘차’에 포함되고 ‘자동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 자전거전용도로로 통행해야 하고, 자전거전용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차도 우측 가장자리로 다녀야 한다.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와 같이 제한된 구역이 아니라면 모두 진입이 가능한 셈이다.
국토교통부 터널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구지역 터널 총 42개(연장 43.9㎞) 가운데 15개(15.7㎞)가 고속국도에 있고, 나머지 27개(28.2㎞)는 △시도 25개(27.1㎞) △국가지원지방도 1개(0.7㎞) △군도 1개(0.4㎞) 순으로 분포해 있다. 이 가운데 기세터널·명곡터널·본리터널 등 6개 터널만 ‘자동차전용도로’로 지정된 테크노폴리스로(13.64㎞) 구간에 포함된다.
전동킥보드가 터널 안을 달리는 모습은 부산시, 경기 수원시 등에서도 심심찮게 포착되고 있다. 터널에서는 시설 특성상 폐쇄적이고 어두워 일반적인 도로보다 대형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큰 만큼 전동킥보드 진입을 제한하거나 발광장치 부착·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동킥보드와 자전거 운전자는 밤에 도로 통행 시 전조등·미등을 켜거나 야광 띠 등 발광장치를 착용하게 돼 있지만, 터널 주행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도로인 터널 안에 자전거도로가 따로 없다면 개인형 이동장치는 도로 가장자리로 다니는 게 맞고, 위험해 보이더라도 단속할 규정이 없다”라며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니더라도 터널 입구에 오토바이 진입금지 표시가 있으면 전동킥보드로 진입하면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