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유문화와 달구벌] 하늘의 이치에 따른 지명…최고로 축복받은 땅
[신가유문화와 달구벌] 하늘의 이치에 따른 지명…최고로 축복받은 땅
  • 김종현
  • 승인 2022.07.0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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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최치원이 신라불국의 안양정토(安養淨土)로 칭한 달구벌
초승달 같이 비옥한 구릉지 벌판
신라인들은 ‘달구벌’이라고 불러
통일신라시대 수도 천도까지 구상
고운 선생, 팔각등루기 ‘거룩한 지역’
호국성 달성 중심으로 도읍지 구상
통치·국방상 국토중심축에 해당돼
최치원, 안양정토로 달구벌 칭송해
“이곳은 언젠가 이름값 하리라” 확신
신가유별나라
천문학의 시대 별나라 달구벌. 그림 이대영

◇초승달 같이 비옥한 구릉지 벌판 ‘달구벌’

우리의 선인들은 하늘에 떠오르는 초승달이 지상에도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한반도에서 깨달았다. 바로 강물, 바닷물이 만나는 두 물거리(扇床地, Mesopotamia)에서 비옥한 초승달 모양의 옥토가 생겨 점점 커지는 과정을 보고 초승달(新月)이 커가는 모습을 연상했다. 당시 신라어로는 ‘물(mir)과 섶(e)’이 합쳐진 ‘미르에(mire)’란 말은 오늘날 수렁(mire)이라는 뜻으로 한국어사전이 아닌 영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이렇게 땅 위 초승달(crescent moon on the earth)에 대해 최초로 이해했던 서양학자는 신라인보다도 천 년 이상 뒤 1916년 미국 역사가 제임스 헨리 브레스테드(James Heny Brestead·1865~1935)다. 그는 ‘비옥한 초승달(Fertile Crescent)’이라는 용어로 페르시아 만(灣) 충적평야(沖積平野)인 이란고원, 자그로스산맥의 서쪽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북상하는 아르메니아로부터 타우루스산맥의 동쪽을 시리아, 팔레스티나로 연결한 지역을 ‘인류 농경문명의 요람(cradles of agriculturalcivilization)’으로 생각했다.

이를 기반으로 오늘날 우리들이 잘 아는 ‘비옥한 초승달(fertile crescent)’지도를 작성했다. 낙동강과 금호강의 ‘두 물 거리(兩江扇床地)’를 그리스어로 하면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다. 신라인들은 초승달 같이 비옥한 구릉지 벌판(新月沃丘)이란 말을 줄여서 ‘달구벌(達丘伐)’이라고 했다. 오늘날 서양식 표현을 빌리면 비옥한 초승달(fertile crescent)이란 뜻이다. 통일신라시대 때도 한가운데 배꼽에 해당하는 위치에서 곡창(穀倉, 곳간)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이곳으로 통일신라의 수도 천도(遷都)까지 구상했다.

◇신문왕의 달구벌 천도구상

통일신라 신문왕6(686)년 쯤 달구벌로 천도를 구상했는데, 그 대상지가 호국사찰 송림사의 인근 수창군(壽昌郡)이었다. 호국사찰 마정계사(摩頂溪寺)에 관한 근거문헌으로는 최치원(崔致遠, 857~몰년 미상)이 909년 6월 26일 이후 남령팔각등루(南嶺八角燈樓)에서 지었다는 ‘신라수창군호국성팔각등루기(新羅壽昌郡護國城八角燈樓記)’다.

고운선생(孤雲先生)의 팔각등루기(八角燈樓記)에선 “호국성(護國城)인 달불성(達佛城, 오늘날 달성토성)에서 북쪽에 있는 마정계사(摩頂溪寺, 오늘날 松林寺)에 큰 부처님이 앉아 계시는 연꽃 자리(蓮花座)는 하늘 끝까지 솟아 있고, 왼쪽 협시보살(保處菩薩)들도 높이가 어마 무시했다(高亦如之). 남쪽으로 걷다가 한 여인네들에게 마정계사의 불상이 어째서 그렇게 어마 무시(峻極)하느냐고 묻자, 출가하지 않는 여신자 같이 보이는 분이 ‘이곳은 거룩한 지역입니다(是處是聖地也)’라고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사실 이 기록은 전체 문맥상으로 호국성달성(護國城達城)을 둘러 싼 달구벌을 묘사한 글이다.

먼저 수창군(壽昌郡)의 배속연대(配屬年代)부터 살펴보면 i) 신라시대 칠곡군은 팔거리현(八居里縣) ▶북치장리현(北恥長里縣) ▶인리현(仁里縣)에 있다가 경덕왕(재위시기 : 742~765년)이 팔리(八里)로 개칭하고 수창군(壽昌郡)에 배속시켰다. 따라서 신문왕6(686)년 당시 오늘날 칠곡은 수창군에 소속하지 않았다. ii) 또한 신라 중악(中岳, 오늘날 팔공산)에다가 송림사(松林寺)의 오층전탑(五層塼塔) 사리장엄구(舍利莊嚴具)를 제작한 시기는 제31대 신문왕 집권기(681년 7월 2일~692년 7월 2일)인 682년 전후였다. 따라서 달구벌천도와 호국사찰 송림사 창건과 연계성이 전혀 없다고는 부인할 수는 없다. iii) 삼국사기 기록으론 686년 윤(閏) 9월 26일 장산성(獐山城, 경산과 대구 경계선상의 성벽)을 신문왕이 순행한 이후 천도작업을 접었다.

◇천도대상지였던 비산동, 내당동, 평리동, 대명동, 복현동

보다 정확한 천도 대상지는 당시 대구현(大丘縣) 속했던 현재 비산동, 내당동, 평리동, 대명동, 복현동 등에 해당한다. 달구벌에다가 244년 토성을 쌓기 시작해 261(첨해이사금15)년 축성완료와 경위십칠등급(京位十七等級)에 11등급에 속하는 나마극종(奈麻克宗)을 초대성주(城主)로 파견해 지켰던 호국성(護國城) 달성(達城)을 중심으로 도읍지를 구상했다.

이렇게 통일신라의 도읍지를 옮기고자 구상한 이유로는 i) 달구벌의 위상은 통치와 국방상 국토중심축에 해당했고, ii) 통일신라 새로운 왕조의 개척에 비옥한 초승달(달구벌)이 새로운 의미로 부합했다. iii) 팔공산(北山屛風)과 비슬산(西山隔璧) 등으로 둘러 싸인 분지로 인해 나성축조(羅城築造)가 불필요해서 단시일에 천도가 가능했다. iv) 더욱 낙동강(西江垓字)과 금호강(內城垓字)으로 철통수비가 가능했다. v) 금호·낙동 두 강을 이용한 수운물산교류의 최적지로 달구벌이 천도대상지였다. vi) 북두칠성 자미원(옥황상제가 사는 곳)의 천기를 염탐하기에 천왕지(天王池)가 있어 첨성대를 건립하지 않아도 천기염탐의 의미통치가 가능했다. 왜냐하면 나중에 최치원의 팔각등루기(八角燈樓記)에서 밝혔듯이 ‘천왕지와 호국성이 있는 성지(聖地在天王池又護國城)’라는 사실이었다.

당시는 천문학(天文學)이 지배적이었고, 200년후 9세기경 나말려초(羅末麗初)에 풍수지리설(風水地理說)은 도선(道詵, 827~898)이 저술한 도선비기(道詵秘記)에서 태동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달구벌천도논리는 BC 3500년 전부터 어린아이들이 갖고 놀던 ‘팽이가 쓰러지지 않고 팽팽 돌아가는 이유는 팽이 가운데가 중심(飽心)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頂飽心行).’ 이 천도논리는 경주귀족(新月聖骨)들에게 조금도 먹혀들지 않았고 오히려 배부른 고양이는 쥐를 잡지 않는다는 신라망국론을 제시했다.

이런 현상을 보면 공자(孔子·BC 551~BC 479)가 일찍이 정치는 “반드시 대의명분을 바로 세워야 한다(必也正名乎)”고 한 말을 새삼 느끼게 한다. 팽이논리는 끝내 신라제국의 운명을 예언했다. 마치 호메로스의 ‘일리아드(Iliad)’에 나오는 것처럼 “(트로이는) 마지막 돌아감(回轉)에 가까워져서는 비틀거리는 팽이처럼 휘청거렸다”고.

한편 우국충정에 불타고 있었던 최치원(崔致遠)은 신라불국의 안양정토(安養淨土)로 달구벌을 칭송했다. “이곳(달구벌)을 살펴보면, 옛날과 오늘날이 본질적으로 교류되며, 유무(有無)가 상생했다. 지명을 더듬어 보더라도, 하늘의 뜻을 모두 녹여 만들었다. 서편(兌位)에 불좌당(佛佐塘, 聖堂淵), 동남쪽 모퉁이(巽隅)엔 불체지(佛體池, 南沼荷花)가 있으며, 동쪽(東)에는 천왕지(天王池, 西門市場)라는 특별한 연당까지 있다. 서남쪽(坤方)엔 호국고성(護國古城) 달불성(達佛城)있고, 여기에다가 남산(南方)인 불산(佛山, 大德山)이 있으니… 이런 지명들을 아무런 의미도 없이 그냥 지은 게 아니다. 어떤 하늘의 이치에 따른 것이다. 이곳이 최고로 축복받은 땅(勝地)이다. 이름 하나 헛되게 설정하지 않았으니(名非虛設) 이곳은 언젠가는 이름값을 하리라(勝處所與, 良時斯應).”고 확신했다.

여기서 태위(兌位), 손우(巽隅), 곤방(坤方) 등의 후천팔괘(後天八卦)로 방향을 표기함으로 미뤄 짐작하면 신라호국성이 팔괘진법방어체제(八卦陣法防禦體制)였음을 말하고 있다.

글·그림=이대영<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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