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장강명 ‘재수사’ 출간 “의미있는 불행이 무의미한 행복보다 나을 수도”
소설가 장강명 ‘재수사’ 출간 “의미있는 불행이 무의미한 행복보다 나을 수도”
  • 승인 2022.08.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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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현대사회 구조 짚으려”
신간인터뷰하는-장강명작가
장강명 작가

“현대사회는 풍요로운 것 같은데 사람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건 ‘공허’와 ‘불안’ 때문이에요. 그 기원이 우리 사회 시스템에 내재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사회 구조를 짚으면서 기초가 되는 사상들을 밑바닥부터 한번 흔들어보고 싶었어요.”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등 한국 사회의 단면을 조명한 책들로 주목을 받은 소설가 장강명(47)이 이번에는 첫 사회파 추리소설 ‘재수사’를 냈다.

22년 전 발생한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 재수사 이야기이지만, 18세기 계몽주의에서 시작해 2020년대 한국 사회 모습까지 철학적 고민거리를 여럿 던진다.

신작 장편소설 ‘재수사’ 출간을 맞아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만난 장강명은 “우리가 한 발 나아갈 새로운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공허와 불안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며 “행복을 인생이나 사회의 목표로 삼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또 “18세기 계몽주의는 각자 알아서 삶의 목적을 찾으라고 주문한다. 개인이 최선의 판단을 내릴 거라고 보는 자유주의적인 관점”이라며 “제가 그리는 세상에선 삶의 목적이 우선한다. ‘행복’이 아닌 ‘의미’를 인생의 목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의미 있는 불행이 의미 없는 행복보다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강명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온 현대사회의 기초 사상인 휴머니즘 등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 범죄자의 입을 빌어 풀어내고자 했다”며 신계몽주의 인권 규범과 형사사법시스템에 따르면 기존 사회 구조에서 살인자가 받을 형량도 재평가될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도 펼친다.

소설은 크게 범인의 회고록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연지혜 형사의 수사라는 두 이야기가 교차하며 이어진다. 2000년 여름 신촌에서 여대생 민소림을 죽인 범인은 회고록 속에서 살인 과정과 자신의 심리 상태에 관해 자세히 묘사한다. ‘사실-상상 복합체’ 등의 개념을 제시하며 살인 행위를 정당화한다.

재수사팀 막내인 연지혜 형사는 DNA 검사 결과와 한 장의 폐쇄회로(CC)TV 사진, 3천 쪽 분량의 수사기록을 검토하며 과거 수사에서 미진한 부분을 발견한다.

민소림이 미등록 도스토옙스키 독서 모임 멤버였다는 사실 등을 새롭게 파악한 뒤 당시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았던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며 사건의 퍼즐을 맞춰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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