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침수 우려” 방송 나간 뒤 참변
관리사무소 책임론 불거져
관리 규약은 ‘상황 전파’ 규정
지하공간 중심 가이드라인 필요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일어나면서 공동주택 관리주체의 재난 대응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지하주차장 침수는 폭우 때마다 반복됐다. 이번 태풍으로 포항에서 사망한 9명 가운데 8명이 남구 인덕동과 오천읍 2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숨졌다. 지난달 집중 호우가 내린 서울에서도 40대 남성이 서초구 한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인덕동 사례의 경우 지하주차장 침수 우려가 있으니 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달라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이 나간 뒤 지하주차장에 간 주민들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사무소에 대한 책임론마저 불거지는 상황에서 주택관리 업계는 딜레마에 빠진 분위기다. 유사한 상황에 인명 피해를 우려해 안내방송을 하지 않거나 지하주차장 접근을 통제했다가 차량 침수 등으로 재산 피해가 나면 그 책임을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보면 관리주체 업무(제47조) 조항에 ‘관리주체는 지진·화재·태풍 등 재난 경보 발령 또는 재난 발생 시 방송·통신 설비 등의 수단을 이용해 상황 전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침수 등 사고 우려가 있는 때 지하주차장 접근 제한 등 안전관리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어 사실상 관리자 판단에 맡기는 실정이다. 해마다 폭우 피해가 계속되고, 기후변화로 예측이 힘들어진 만큼 지하공간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구시 관계자는 “구체적으로는 규정이나 매뉴얼이 없어 아파트 측에서 그때그때 판단해야 하는 상태”라며 “물이 조금 찼을 때는 차를 옮기도록 하겠지만, 절대적으로 사람의 안전이 우선인 만큼 급격하게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면 출입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주차장을 지하에 만들고 지상은 녹지공간으로 조성하는 건물이 늘어나면서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좁은 땅에 지은 빌딩이나 빌라 건물은 지하주차장 진입로가 급경사인 경우가 많아 침수에 취약한 시설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지하주차장 차수벽 등 시설과 관리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득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대구시회장은 “대부분 아파트가 노동환경 변화로 관리인력을 경쟁적으로 줄이면서 보안과 주차 등을 관리할 사람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라며 “비상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우선 설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공동주택마다 적정한 관리인력과 장비를 갖추도록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