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생활환경과 시력이상
<대구논단> 생활환경과 시력이상
  • 승인 2010.10.2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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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규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교수

몇 일전 저녁약속이 있어 식당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나를 포함해 같은 테이블에 앉은 40~50대 일행 다섯 명 모두가 안경을 쓴 사람이어서 잠시 눈과 안경에 대한 얘기가 화제가 되었다.

요즈음은 옛날에 비해 안경장용 인구가 엄청나게 늘었다.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한 학급에 안경을 쓰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아 안경을 쓴 학생은 소위 `안경잡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으나 지금은 안경사용이 너무도 일반화, 보편화되었을 뿐 아니라, 시력이 좋은 사람까지 눈 보호나 패션목적으로 안경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요즘 들어 시력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 옛날보다 많아진 것일까, 아니면 옛날 사람들은 시력이 나빴어도 안경을 쓰지 않고 지냈던 것일까? 시력이상자가 과거보다 많이 증가했다면 그 원인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시력이상은 보통 근시와 원시 난시, 노시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 우리나라 젊은이에게서 가장 많은 것이 근시이다. 근시(近視)는 먼 거리의 물체는 잘 안 보이고 가까운 거리의 물체는 잘 보이는 눈의 굴절상태로서, 물체의 상이 망막보다 앞쪽에 맺히기 때문에 나타난다. 근시가 있는 사람은 좀 더 잘 보기 위해 눈을 찡그리는 경향을 보이며, 두통과 눈의 피로를 쉽게 느끼게 된다.

젊은 층과 학령기 연령층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30~40%가 근시로 나타나 과히 `현대인의 국민병’이라 불릴 정도이다. 근시가 나타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나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날 때부터 근시인 사람은 드물며 대부분 성장과정에서 나타난다. 근시와 환경요인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생활환경(지역, 기후, 직업, 작업환경, 학습습관 등)에 따른 발생빈도에서 단서를 얻을 수도 있는 듯하다.

과거 유럽인들이 처음으로 북극지방에 사는 원주민을 찾았을 때 그들 중 근시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자손들이 학교에 다닌 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원주민들 중에서도 근시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광활한 북극의 빙원을 뛰어다닐 때는 괜찮았으나 교실에 갇혀 글자를 보게 되면서 시력손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해석은 단순하지 않다. 망막에 정확한 영상이 맺히려면 각막과 수정체가 안구의 길이에 맞게 정교하게 작동해야 하며, 망막에 맺히는 영상의 초점이 0.1mm 짧아져 오차가 1%만 되더라도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북극지방의 원주민들이 책을 보는 과정에서 그 정교한 작동에 문제가 발생될 수 있는 것이다.

책을 본다는 것은 인쇄된 글자의 흐릿한 가장자리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하고, 평평한 책 표면 위 주변의 멀리 있는 물체들까지 눈 가까이 대고 보아야 하기 때문에 망막으로부터 비정상적인 정보가 뇌로 전달될 수 도 있다. 그러면 뇌는 즉시 안구의 길이를 앞뒤로 길게 자라거나 각막이나 수정체의 굴절력을 강하게 하도록 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굴절이상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넓은 초원지대를 누비며 사는 몽골 사람이나 열대지방의 몇몇 원주민집단에서 근시 발생률이 지극히 낮다는 사실이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인들의 경우에는 굴절을 담당하는 각막과 수정체의 굴졀력이 안구의 성장을 따라잡지 못해서 서양인들에 비해 근시가 많이 나타나며, 정밀한 작업을 많이 하는 선진국에서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조사결과를 보면 대도시일수록, 그리고 고학력일수록 근시가 많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에서 근시는 유전적인 요인뿐 아니라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안구의 길이가 길어짐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가 고도의 근시라면 자녀의 시력에 대해 어릴 때부터 꾸준한 관심을 갖고 정기적인 검사나 진찰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학습 환경이나 공부하는 자세, 습관 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생활환경으로부터 시력을 지켜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짬짬이 먼 산을 바라보며 과도한 근거리 작업에 시달리는 눈은 휴식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정보의 대부분을 시각 활동을 통해 얻는 현대시대에 소중한 눈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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