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고속도로 나들목과 지방소멸방지대책
[대구논단] 고속도로 나들목과 지방소멸방지대책
  • 승인 2022.09.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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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호 대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처럼 고속도로가 동서와 남북으로 매우 발달한 나라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을 향해 남북으로 고속도로가 잘 건설되어 있다. 1968년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를 시작으로 1970년, 건국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 불리는 경부고속도로가 완전히 개통되면서 바야흐로 고속도로 시대가 열렸다. 그 이후 1973년에 호남·남해고속도로, 1975년에 영동·동해고속도로, 1977년에 구마고속도로가 잇달아 개통되면서 기간(基幹) 노선이 완성되었다. 1984년에는 영·호남을 동서로 잇는 88올림픽고속도로, 1987년에는 중부고속도로, 2001년에는 서해안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 등이 개통되었다. 이로써 고속도로 총연장은 1997년에는 2천km, 2007년에는 3천km, 2012년에는 4천km를 돌파, 전국이 사통팔달로 통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국가물류시스템 구축의 견인차 구실을 하였으며,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다 그러하듯이 역할이 시대에 따라 바뀌어야 하고 항상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가 잘 순환하기 위해서는 심장에서 동맥과 정맥 모세혈관이 서로 막힘없이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몸 전체의 혈액순환이 원활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국토 전체가 고루 잘 발전하도록 도로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심장, 대동맥, 대정맥, 모세혈관 등 각 혈관으로 잠시도 멈춤이 없는 피의 흐름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고속도로가 오직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 데만, 특히 서울로 빨리 갈 수 있도록 구조화되어 있고 극히 한정된 수의 나들목 때문에 대도시를 지날 때마다 동맥경화에 걸린 혈관처럼 병목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요체로 재화와 인력을 서울로 빨아들이는 회오리 형 깔때기 구조가 되어 버렸다. 실질적으로 모든 고속도로 나들목은 큰 도시 중심으로 되어 있어 이곳을 지날 때마다 지체와 정체가 반복되고,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은 접근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고속도로가 통과하면 작은 도시와 시골은 쇠퇴의 길로 가게 된다.

국도와 지방도 등 도로가 개설되면 도로변을 따라 주유소, 식당 등 시설물이 들어서고, 각종 지역 특산물이 판매되고 관광지 등 여러 곳이 활성화되어 많은 지역 주민들이 도로개통의 혜택을 누리게 되며, 지역이 고루고루 발전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고속도로 구조에 대해 왜 지역 주민들이 국가를 상대로 고속도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도권으로 빨리 가는 역할은 고속철도가 담당하면 되고, 고속도로의 원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들목이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교통량에 따라 차선 수를 확대하여 통과교통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면 될 것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도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폐쇄된 구조에서 벗어나 고속도로 휴게소가 지방 중소도시의 발전 고리 역할을 하여야 한다. 굳이 나들목까지 가지 않더라도 휴게소에서 바로 지방 중소도시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는 나들목을 대폭 확대하여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지역은 아무리 작은 시골 마을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속도로와 지역 도로를 연결하여야 한다. 중앙의 발전 혜택이 외딴 지역까지 골고루 퍼지도록 고속도로 체계가 재편되어야 한다. 다만 통행료 징수가 필요하다면 하이패스를 설치하면 될 것이다. 단적인 예로 미국 고속도로를 보면 아무리 작은 도로라도 모두 고속도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주유소, 식당 등은 모두 휴게소가 아니라 도시나 지역에서 해결하게 되어 있다. 고속도로가 통과하면 그 지역은 규모와 관계없이 발전하게 되어 있고 특히, 작은 농어촌 마을은 활기를 띠게 설계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지역 불균형과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조치가 모든 지역에서 고속도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나들목을 대폭 확대하여야만 한다. 장기적으로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모든 기능을 해당 지역에서 담당하도록 하면 물이 모래사장에 스며들 듯이 국가발전의 영향이 고루고루 미쳐서 저절로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며, 중소도시와 농촌의 접근이 쉽게 되어 지역쇠퇴와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쉬운 활성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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