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부모 자식 간 소통의 필요성
<대구논단>부모 자식 간 소통의 필요성
  • 승인 2010.10.2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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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칼럼,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아이 키우기가 겁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이들의 행동이 아이들 같지 않아서 그렇다.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는 청소년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 있다. 종래의 일반적인 관념이 청소년들에게 혼란을 주고 사리 판단을 어지럽게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물질만능, 자유방임, 허술한 공교육, 도덕과 윤리적 가치관의 변화, 정신적 육체적 조기성장, 기성세대와의 지나친 세대 차이 등등 그 이유는 무수히 많다.

며칠 전 열세 살짜리 중학생이 자기 집에 불을 질러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을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 중학생이 못할 짓을 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지만 왜 그런 끔직한 일을 저질렀을까 우리 모두가 한번 생각해 보자. 세밀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보도에 따르면 중학생이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된 사연에는 아들이 아버지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아들은 춤과 사진에 관심이 많아 예술고교로 가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는 판·검사가 되라고 강요하면서 걸핏하면 공부나 하라면서 골프체로 찌르고 뺨을 때리곤 하였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자 철없는 아이는 아버지는 독재자요, 가정의 파괴자이므로 아버지만 없으면 집안에 평화가 올 것으로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그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에 그렇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현대인들은 지나칠 만큼 이기적인 사고에 묻혀있다. 그러나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여 부모는 자기 아이가 남에게 지지 않도록 경쟁심을 기르고 부모들끼리도 서로 경쟁하는 입장에 있다. 남에게 기죽지 않게 부모는 무슨 일을 하든지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는 경우가 많다. 자기 아이가 교사에게 매를 맞았다면서 학교까지 찾아가 선생을 폭행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부모 스스로가 아이들의 버릇을 나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모 자신은 모르고 있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을 훈육하는 일은 이제는 찾을 수 없다. 교사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든지 잠을 자든지 간섭하지 않는다. 사고를 치는 아이가 있으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유도하는 것이 유능한 교사의 역할이 되어버렸다. 사제 간의 예의 질서 같은 것은 아예 찾을 길이 없다.

아이들은 학원을 몇 개나 돌면서 공부하고 있지만 교육 성과와 능률은 측정조차 어렵다. 남의 아이들이 그렇게 하니까 우리 아이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가정에서의 인성교육도 찾을 길이 없다. 어느 집에서나 아이들의 주장이 강하다. 부모가 자녀들의 진로를 걱정하고 아이도 부모의 마음에 맞는 전공분야로 가기 위해 공부를 한다면 그런 효자는 없을 지경이다.

자식 이길 부모가 없다고 했던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교육해야 하는가 모든 부모들의 걱정이다. 어른들의 생각과 차이가 있더라도 아이들 역시 자기 인생이 있으므로 자녀들의 의견에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장차 어떤 직업을 갖고 싶으냐고 질문하면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그렇게 많다고 한다. 연예인으로 성공할 수 있는 끼가 보이면 예능분야로 진출할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축구나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면 그런 길로 갈 수 있게 하는 것도 배려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가고자 하는 분야에 특기가 있는지 그 상태를 잘 파악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지 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진로를 계획 없이 택하도록 한다면 평생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는 진로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무턱대고 반대만 하고 부모 고집을 꺾지 않으려는 자세는 옳지 않다. 사회학적으로 직업의 속성은 생계유지, 역할의 실천, 개성의 발휘라고 한다.

경제가 발달되고 교육이 높은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자기 개성을 발휘하는 곳, 말하자면 내가 하고 싶고 나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려고 한다. 내 자식이라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전 가족을 불에 타 죽게 한 청소년은 아버지만 죽고 다른 가족은 살기를 바랐다는 말을 했다. 무서운 세상이라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형성부터 잘 돼 가도록 신경을 써야 할 때인 것 같다. 마음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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