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약자의 복수는 왜 통쾌하지 않나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약자의 복수는 왜 통쾌하지 않나
  • 김민주
  • 승인 2022.12.0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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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동생 죽인 범인 찾는 일우
소년원에 제 발로 입소하지만
가해자의 힘·자본 논리에 패배
복수 멈추고 싶을 땐 방법 몰라
영화-크리스마스캐럴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스틸컷. 디스테이션 제공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설렘 가득한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온다. 코 끝으로 차가운 바람이 스치면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자연스레 캐럴을 찾아 듣고 따라 부른다. 하지만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캐럴의 의미는 담겨있지 않다. 설렘을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섰다면 단단히 배신당할 것이다. ‘사람을 이렇게 옥죌 수도 있겠구나’ 절감하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찾아왔다.

12월 25일. 모두를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크리스마스 아침, 발달장애 3급인 ‘월우’(박진영)가 아파트 물탱크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다. 온몸에 폭행 흔적이 있지만 경찰도 사회복지사도 월우의 죽음을 단순 사고로 처리한다. 쌍둥이 형 ‘일우’(박진영)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아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집요한 추적 끝에 일우가 용의자라고 확신하는 ‘문자훈’(송건희) 일당이 소년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일우는 제 발로 소년원에 들어간다. 그러나 능력 있는 부모 덕분에 소년원의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 문자훈을 일우 혼자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 일우의 복수를 돕는 조력자가 나타난다. 월우가 죽기 전, 매주 일요일 집을 방문해 발달 장애를 가진 월우를 돌봐줬던 소년원 상담교사 ‘조순우’(김영민)다. 순우는 월우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한다며 그만 그들을 용서하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우의 복수심은 커져간다. 소년원에서 삼단봉을 휘두르며 폭력을 일삼는 교정교사 ‘한희상’(허동원)과 문자훈 무리에 맞서 동생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더욱 거친, 무자비한 폭력으로 맞선다.

일우에게는 어떤 작전도, 계략도 없다. 일우가 소년원에서 문자훈 일당을 만나자마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맨몸으로 달려들었다가 맞고 끌려 나가는 장면에서 관객은 일우가 가진 건 오직 처절한 분노와 복수심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일우는 목숨을 걸고 온몸을 내던지지만, 소년원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작동하는 힘과 자본의 논리에 또다시 당할 수밖에 없다.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은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OCN 드라마 ‘구해줘’, 영화 ‘야수’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은 원작을 읽고 일우와 월우로 대변되는 이 사회의 소외당한 약자들과 피해자들의 슬픈 얼굴이 떠올라 연출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액션 스릴러’ 장르로서 원작에 담긴 폭력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가져왔지만 소년들의 변화와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점이 돋보인다.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관객들은 월우를 죽인 범인에 대한 궁금증보단 얼른 일우가 이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라게 된다. 일우가 복수를 방해하는 악인을 처단한 후 바닥에 털썩 앉아 엉엉 울 때, 일우 역시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미성숙한 청소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마음이 저릿해지는 순간이다.

영화 속 폭력은 지독히 날 것이다. 맞는 고통과 때리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진다. 보여주는 액션의 쾌감보다는 느껴지는 고통의 액션을 그리며 관객에게 전하려는 바를 에두르지 않고 전한다.

영화의 주된 배경인 ‘소년원’은 폭력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세계다. 일우는 소년원에서 폭력의 강도를 높일수록 더 센 반격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배운다. 이 배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폭주하던 일우를 멈칫하게 만드는 것은 의외의 순간이다.

일우는 동생 월우가 당한 일을 파헤쳐 가면서 그동안 자신이 외면해온 자신의 진짜 얼굴을 발견한다. 동생을 지킨다는 이유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핑계로 일우 역시 복수하고자 하는 악당의 표정을 지어왔다.

‘복수’란 외피를 띠고 진행되던 소년의 성장기는 이 지점에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는 폭력으로 행해지는 복수는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지만, 이제 와서 이를 멈춰 세울 선택권조차 없다. 약자의 복수는 이렇게 통쾌함보다는 처절함을 안고 간다.

약자의 아픔을 그린 배우 박진영의 연기는 놀랍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타이틀에 가두기엔 아까울 정도로 전혀 다른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원톱 주연으로서의 역량을 드러냈다. 그간 ‘악마판사’,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 등 전작에서 보여준 단정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피로 뒤덮인 얼굴 위 독기와 울분으로 가득 찬 눈빛을 장전했다.

그의 큰 눈망울은 역할이 바뀔 때마다 상반된 감정으로 차오른다. 그는 독기 가득한 ‘일우’를 연기할 땐 눈 실핏줄까지 표현하며 긴장감 가득한 공기를 만들었다. 발달 장애가 있는 ‘월우’를 그리기 위해서 조심스럽게 다가간 흔적도 보인다. 항상 웃고 있지만 슬픈 눈빛의 ‘월우’는 가슴을 아리게 한다.

“미안해. 주일우”

“주월우한테도 미안해? 주월우는 대체 뭐야?”

피해자는 몸도 마음도 성치 않았던 힘없는 ‘월우’지만 가해자들은 복수하는 ‘일우’에게 사과한다. 보복에 나선 일우가 신경 쓰일 뿐, 누구도 월우를 신경 쓰지 않는다. 복수극에서 복수를 벌이는 자에게만 집중하는 사이, 피해자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지 되묻게 된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결말은 자칫 거부감이 들 정도로 참혹하고 위험하다. 이 영화 속 모든 폭력은, 그 어떤 것도 정의롭지 않다. 영화는 그 어떤 폭력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달동네 불빛들이 모두 꺼진후 교회 십자가들만 보이는 마지막 장면은 적잖이 소름 끼치게 다가온다. 제목은 따뜻하지만, 역설적으로 슬프고 참혹하고 비극적인 이야기가 남긴 잔상이 짙다.

모든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고통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것이 월우가 구슬프게 불렀던 캐럴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를 통해 저릿하게 전해진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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