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디자인 기행] 공간 연출의 힘...단순한 진열은 식상하니까, 체험 가능 디스플레이 뜬다
[일상 속 디자인 기행] 공간 연출의 힘...단순한 진열은 식상하니까, 체험 가능 디스플레이 뜬다
  • 류지희
  • 승인 2023.02.0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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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내용 옮겨놓은 매장
기업 제품 체험하게끔 유도
심리 테스트 ‘컬러 엽서’ 부스
형형색색 콘셉트로 힐링 선사
편안한 매장, 이색적인 제품
고객에 ‘좋은 기억’ 전달해야
오프라인→디지털 공간 확장
새로운 환경 속 새 자극 ‘기대’
컬러심리테스트-엽서굿즈
2022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참여형 전시로 많은 이목을 받은 컬러심리테스트 엽서굿즈이다. 엽서를 떼어냈다 붙이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철타공판과 마그네틱 혹은 벽면 못질을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잘 보이도록 진열하였다.
 
컬러심리테스트-엽서굿즈02
2022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참여형 전시로 많은 이목을 받은 컬러심리테스트 엽서굿즈이다. 엽서를 떼어냈다 붙이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철타공판과 마그네틱 혹은 벽면 못질을 이용하여 시각적으로 잘 보이도록 진열하였다.

‘스마트 컨슈머, 스마트 마켓’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아마 최근들어 많이 들어봤을 지도 모른다. 똑똑한 소비를 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공간, 그에 맞추어 꾸며진 디스플레이 공간이 요즘 어딜가나 인기다.

지난해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는 ‘2022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을 찾았을 때도 디자인작품들 만큼이나 디스플레이 공간들에도 유독 눈길이 갔다. 전시된 제품을 더욱 부각시기고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이끄는 참신한 연출과 레이아웃 구성은 물론,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스타일링이였다.

그 중 성(性)을 콘텐츠로 한 디자인부스가 있었다. 귀엽고 친근한 캐릭터와 성(性)에 관련된 짧은 메시지를 담은 작은 엽서들이 굿즈로 진열되어 있었다. 명함크기 정도의 작은 엽서들은 한 쪽 벽면에 나란히 줄지어 진열되어 있었고, 그것을 가져가기 위해 사람들이 옹기 종기 모여든 모습은 우리가 기존에 인식하고 있던 성(性)에 대한 조금은 불편하고 낯뜨거운 느낌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현장 같았다.

이처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극히 달라질 수 있다.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레이아웃 연출, 소비자와 판매자의 소통방식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오고 가는 인식의 전화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컬러로 심리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엽서디자인 부스도 있었다. 마치 타로를 보듯 이끌리는 컬러의 엽서를 선택하면 뒷면에 현재 나의 심리를 나타내는 설명글이 적혀있다. 이 엽서를 부적처럼 소장하며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 보고 새로운 다짐으로 채울 수 있도록 의도한 굿즈디자인이다. 부스 자체가 컬러풀한 감성으로 꾸며져 있어 이 공간안에 머무르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공간연출에서 포인트인 것 같았다.

이렇게 소통형의 공간은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장 뿐만이 아니라, 제품을 사고 파는 보다 상업적인 공간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지난 주, 백화점을 갔을 때의 일이다.
 

다시-모카플러스
대구 현대백화점에서 전시중인 ‘모카플러스’ 브랜드의 어린이 창의예술교구 및 동화책 매장. 아이들의 오감발달을 고려한 참여형 전시공간이다.

“여기 체험 한 번 해보고 가세요.” 젊은 여직원의 친절한 목소리에 이끌려 눈을 돌린 곳은 백화점 안 한 공간에 마련된 어린이 동화책 매장이였다. 처음에는 어린이 그림이 전시된 미술기획전인 줄로 알았다.

“이게 뭔가요?”라는 호기심 가득한 필자의 질문에 직원분은 리플렛 하나를 건네며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명인즉, 리플렛에는 현재 서있는 동화책매장의 내부위치도가 그려져 있는데, 매장 곳곳에 창의 놀이아이템이 숨겨져 있었다. 그 위치에 찾아가 놀이를 하고 미션 클리어할 때마다 리플렛의 해당 위치에 도장을 찍어 인증을 남길수 있는 방식이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매장에서 퍼즐게임을 하고, 책을 읽고, 조형물을 감상하고, 미디어그래픽을 시청하는 등 해당 브랜드 제품들을 흥미롭게 사용해봄으로써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사용경험을 선물처럼 가져갈 수 있도록 연출한 것이다.

알록달록 다양한 소재와 그림들, 놀이조형물들로 꾸며진 공간은 기존에 매대에 상품을 진열해 놓은 경직된 분위기와 달리, 잠시라도 쉬었다 가고 싶은 분위기를 자아해내고 있었다. 필자 역시 경험을 함께 할 아이는 없었지만 리플렛에서의 안내사항에 따라 제품들을 경험해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원에게 물어보며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

‘당장 이 물건을 사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이런 브랜드가 있구나. 기억해두었다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때 다시 찾아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브랜드에 대한 좋은 느낌과 애정이 생긴 것 같았다.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손님의 옆에서 질문을 대기하고 있는 직원들로 인해 때로는 둘러보는데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호기심으로 참여하고, 자연스럽게 소통으로까지 이어지는 방식은 긴장감보다는 편안함을 느끼게 하여 되려 더 알아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공간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디자인의 힘이 아닐까.

심리학, 사회학적으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마련이다. 고로, 점점 팍팍해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쁘고 편안하고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은 기업 고유의 철학이자 전략이 들어간 ‘작은 세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공간은 개인에게 일상적 행복감을 주고, 삶의 에너지를 충분하게 자각하는데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로써 좋은 공간에 머물렀던 고객들이 기억을 더듬어서라도 또 다시 그 브랜드와 제품을 찾게 되는 것은 인간의 본성으로 보았을 때 매우 당연한 기본심리를 활용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은 공간이 바뀌면 경험이 달라지고, 경험이 달라지면 감정이 전환된다. 집, 사무실, 숙박 등 모두 고유기능을 수행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통해 감정을 형성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비즈니스 속성이였다.

단, 지금까지의 공간연출은 물리적 환경인 오프라인이 주를 이루었다면, 앞으로는 물리적 공간과 함께 확장되고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는 어떠한 새로운 자극들로 정서적, 심리적 환기를 줄 수 있을지, 그로 인한 소중한 경험들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가 더욱 기대된다.
 

 
류지희 <디자이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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