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럴 해저드와 ‘원숭이 덫’
[기자수첩] 모럴 해저드와 ‘원숭이 덫’
  • 승인 2023.02.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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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사회부
스타 배우 ‘원빈’을 필두로 코로나19가 당긴 ‘스몰 웨딩’이 허례허식 탈피와 합리주의 등을 이유로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대구지역 유명 카페나 식당도 예식장으로 인기다. 각종 인스타나 SNS에서 연출 컷 등 업체 경쟁도 치열하다.

시민들은 합리주의와 가성비를 내세운 소규모 예식 이면에 업체들의 꼼수 영업이 자리한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까. 어쩌면 별 문제없다고 생각 할지도 모른다. ‘허례허식’ 탈피와 ‘합리주의’는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추구해 온 바니까.

우린 지난해 서울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서 불법 건축물이 끼친 영향을 너무나도 아프게 마주했다. 허가 없이 설치된 카페 테라스, 레스토랑 시설물이 대참사 불씨를 당겼다.

카페나 음식점의 예식서비스는 시대 흐름 상 훨씬 더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이번 일반음식점의 불법 영업 행태를 취재하며 탈법에 능숙한 업체들을 흔치 않게 접했다.

일부 업체들은 무단 용도 변경은 물론 식당 운영 시에는 필요없는 신부 대기실 등 부대시설을 마련키 위해 허가없이 건물을 증축하거나 아예 컨테이너를 갖다 놓기도 했다. ‘소규모’, ‘작은’ 이라는 단어 앞에 법령 준수는 무시됐다.

일정한 시각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행사임에도 소방시설 설치는 물론 밀집으로 인한 안전 대책도 매우 미흡했다. 각종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위법 행위다 보니 ‘보장’과 ‘보호’ 측면에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체들 사이에선 “나만 이런 게 아니다”, “건물 올리면서 불법이 없을 수 없다”는 위험한 생각마저 만연하다.

일부 업체는 영업 정지나 이행강제금보다 영업 이익이 훨씬 크다는 점을 악용하기도 한다. 강제성은 약한데 불법의 규모나 정도 조사는 정부나 행정기관의 몫이 된다. 불편한 귀책 사유는 기관 간 묘한 신경전마저 부른다.

주변 상인과 시민 불편을 모른 척하는 행정 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이 같은 행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시대 흐름에 발맞추기 힘든 입법도 문제이나 법망 사이의 허점을 이용한 모럴 해저드는 우리 사회를 좀 먹는다.

미얀마의 원주민들은 원숭이를 잡기 위해 목이 좁고 배가 불룩한 투명 용기 속에 과자를 걸어뒀다. 용기 안에 크기가 오렌지만하고 손으로 으스러뜨릴 수 없는 단단한 과자를 넣어 둔다. 과자를 본 원숭이는 용기 안에 손을 넣어 과자를 움켜 쥐는데는 성공하나 좁다란 목으로 손을 빼낼 수가 없다. 원숭이가 제 손아귀에 들어온 과자를 포기하려 하지 않으면 결국 사람들에게 잡힌다. 과한 욕심이 불러일으킨 화다.

영업 이익을 쫓는 업체들을 탓하기 이전 ‘원숭이 덫’과 같은 허용 범위와 강한 규제가 꼼꼼하게 설계된, 실효성 있는 입법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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