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사투리 시낭송으로 높이는 언어의 해상도
[화요칼럼] 사투리 시낭송으로 높이는 언어의 해상도
  • 승인 2023.02.2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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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홍란 시인·문학박사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

-루드비히 비트켄슈타인

대구시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으로 대표되는 자랑스런 대구정신을 확산·계승하고 재도약의 새 동력으로 삼기 위해, 대구시민의 날이자 국채보상운동기념일인 2월 21일부터 2·28민주운동기념일인 28일까지를 대구시민주간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올해 시민주간은 먼저 ‘시민의 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대규모 대면 행사로 개최된다.

‘대구굴기, 시민정신의 힘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시민참여형 문화행사 및 다양한 시민혜택을 제공하는 부대행사로 구성해 미래 50년을 향한 위대한 도전에 250만 시민의 동참을 독려하는 행사가 되길 기대한다.내용을 살펴보면 시민들이 직접 여러 장소를 뛰어다니며 대구의 역사, 상징 등의 미션을 해결하는 ‘대구시민정신 탐험단’, 역사 속에서 대구의 정체성을 배우는 ‘박물관과 함께 대구 역사 아는 날’, 국채보상운동과 3·1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시민적 공감대를 조성하기 위한 ‘역사정신 계승 퍼레이드’ 등 대구시민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높이려는 행사들이다.

시민주간 동안 활력있는 운영을 위해 다채로운 문화예술행사들도 마련되었다.

지역 문화자산을 소재로 한 청년예술가들의 창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환상도시 유람단’, 문학작품·랩 등에 등장한 대구 사투리를 재미있게 풀어낸 ‘전시·공연’, 문학작품을 맛있게 듣고 보면서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사투리, 이쁘다 아이가’ 낭송회 등이다.

특히, ‘꽃자리다방’에서 개최되는 전시와 공연이 있어 반갑고, 기쁘고 고맙다. ‘꽃자리다방’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이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대구로 피란 온 예술가들이 드나들며 장르 구분없이 모여 인생을, 예술을, 부활을 모색하던 곳으로, 전쟁 와중에도 시인의 시집 출판기념회가 열리던 공간이다.

이 ‘꽃자리 다방’에서 올해 시민주간에는「사투리, 이쁘다 아이가」를 진행한다. 이상화·현진건·상희구 등 지역 출신 작가들이 집필한 사투리 작품을 중심으로 구현한 「작가의 서재」, 지역 청년예술가의 「사투리 활용 팝아트 전시」, 지역 문인과 낭송가들이 연출하는 「사투리 시 낭송회 &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8일간의 여정은 첫째 날, 한국생활시낭송협회(곽홍란)의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시낭송협회(이유선), 한국시터치예술협회(제니스 리), 열린시낭송협회(이경숙), 나다음시경영연구소(오영희), 한국낭송문학회(이병훈), 재능시낭송문학회(신정숙), 참소리문학회(이은정) 등으로 이어진다.

「사투리, 이쁘다 아이가」 개막 공연은 시극 「상화와 백년 친구」(극본/곽홍란), 「한때, 대구사람들은」(시/문무학)으로 대구의 얼과 정신은 물론 아름다운 삶의 자양분인 가족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대구를 넘어 민족시인으로 자리매김한 이상화 시인은 여덟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나라마저 빼앗긴 식민치하의 노예로 살아야 했던 비운의 시인으로 먼저 기억된다.

하지만 그에게는 등대 같은 조부와 백부, 어머니와 형제 그리고 올곧은 생각을 실천하는 이웃과 친구들이 있었다. 시극에서 이상화 시인의 작품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동시대를 살았던 시인 이장희, 백기만 등의 구수한 사투리로 호명되어 부활한다. 그리고 시민에게 묻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시극 「상화와 백년 친구」에 출연했던 낭송가들에게 사투리 낭송 체험에 대해 물었다. 시낭송의 미학 중에는 감정이 정제된 시를 읽고 낭송하면서 정서와 언어를 정화하고 순화시킨다는 항목이 있다.

그러나 사투리 시극에서 만나는 언어들은 지금까지의 시어들과는 다르게 거칠고 낯설다. 그 거리가 궁금했다. 상화 시인의 친구인 이장희 시인 역을 맡았던 성영희 낭송가는 시가 어려울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다가왔고 시인의 절망을 읽으며 지금의 행복을 발견하는 계기였음을 전했고, 상화의 친구인 백기만 역을 맡았던 배정애 낭송가는 평소 자신의 목소리가 힘이 없고 자신감도 부족했는데, 사투리 낭송을 통해 발음이 분명해지고 좀 더 당당해졌다며 기뻐했다.

그렇다. 사투리는 모국, 부모, 고향, 형제자매, 친구, 그리고 다정한 이웃들의 힘찬 응원이 있는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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