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믿음 잃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구논단>믿음 잃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 승인 2010.11.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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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소장, 영진전문대 명예교수

연말연시가 되면 민간주도형의 범국민적인 어려운 이웃돕기 행사가 전국 방방곳곳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행해진다. 전통적 종교단체 행사로 맥을 이어오고 있는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을 비롯하여 각 직장 단체에서도 불우한 이웃돕기 행사를 벌인다.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기도 하고 소년소녀 가장, 장애인 가정 및 홀로 사는 노인들의 집을 찾아 따뜻한 정을 표한다. 도움을 받는 측에서는 연말과 새해가 기다려진다. 시설 수용자들은 산타클로스가 찾아오는 기분으로 설레기도 한다. 자발적인 이웃돕기는 저소득층과의 소통도 되고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같은 훈훈함을 느낀다.

단체나 조직이 장애인이나 불우 이웃을 돕는다면서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조직적으로 기부금품을 모으는 행위는 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명절이나 연말에 신문사, 방송사 등 언론기관에서 불우이웃돕기 모금 행사를 벌여 사회복지시설 등 도움이 필요한 계층에게 자체계획에 따라 자의적 지원을 해 왔다.

그러나 성금모집과 지원책의 효율화, 중복지원 방지, 투명성 등을 기하기 위해 국가차원의 성금 통합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다. 1998년 11월에 출범한 공동모금회는 국가가 인정하는 유일한 법정 모금 단체다. 공동모금회에 기부금을 내면 세제혜택을 많이 준다면서 기업이나 대·소단체가 모금행사에 적극 참여하도록 권장하기도 했다.

단체나 개인이 공동모금회에 직접 기부할 수도 있지만 연말연시 언론기관을 통해 모금된 기부금품은 모두 공동모금회로 보내진다. 공동모금회는 중앙조직을 비롯하여 16개 시·도에 지부를 두고 있다. 국민들은 국가의 감독을 받는 공동모금회가 국민성금을 말썽 없이 잘 관리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공동모금회가 국민들이 푼푼이 낸 성금을 유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공동모금회를 감사한 결과 적발된 내용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완전 치외법권 무풍지대다. 법인 카드 남용, 부당한 워크숍 경비지출, 과다한 급여 인상, 감사업무비 부당사용, 부적절한 인사 등 일반 상식선에서는 이해 못할 일들이 예사롭게 벌어지고 있다.

모금된 성금을 누가 봐도 정확하게 집행해야 할 법정 사회복지기관이 그 돈으로 술값, 노래방비 내고 워크숍을 빌미로 바다낚시하고 나이트클럽 갔다고 하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구석구석이 병들어 있지만 국민들은 사회복지라는 용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에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하는 복지전문가들에게는 점수를 후히 주는 편이다.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사회복지사다. 공동모금회도 마찬가지다. 사회복지사들이 어려운 계층에 나누어줄 성금을 축내는 일은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해도 못하고 묵과할 수 없는 처사다. 모금회의 직원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런 경우 국민들은 싸잡아 비난을 금치 않는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공동모금회장과 사무총장을 비롯한 이사 20명 전원이 사퇴하겠다고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업무의 기능상 가히 국가기관이라 해도 무관할 공동모금회가 이번 사건으로 지금까지 해 오던 기부금 모집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심히 우려된다. 그런 공모금회에 흔쾌하게 기부를 할 기관이나 개인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해마다 공동모금회의 도움을 받아오던 사회복지시설 등 복지대상자들의 기대감은 어떻게 소화해 낼지도 의문이다. 사회복지사를 양성하는 대학 강단에서 필자는 `삯군이 되지 말자’는 당부를 많이 해 왔다. 삯군이란 단어가 진부한 감은 있지만 일을 하면 보수는 제대로 따라오는 것이고 이왕지사 불우한 사람들을 위한 직업을 택했다면 사회복지라는 틀을 돈과 연관지우지 말자는 의미에서였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되지만 어쨌든 국민들에게 상실한 믿음을 되 찾아줄 수 있는 혁신 보완책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공동모금회 또한 대오각성,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로 국민들에게 잘못을 사과하고 신뢰성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공동모금회를 신뢰하지 않으면 성금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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