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인문학] 감사! 위대한 언어의 힘
[치유의 인문학] 감사! 위대한 언어의 힘
  • 승인 2023.03.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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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삼 대구한의대 교수
오늘은 특별히 '감사'의 단어로 출발해보고 싶다.

얼마 전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참가자 모두가 행복했던 시간들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은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자존감이 회복되었습니까?' 라는 질문에 많은 학생들이 의외로 '고맙습니다'라는 말과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고 삶의 의미를 느낀다고 했다.

도대체, 너무나 평범한 '감사합니다' 와 '고맙습니다' 말 속에 어떤 힘이 있길래 우울증에 빠진 많은 학생들의 기분이 좋아지고 자존감이 회복되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좀 더 깊이 들어가 상담을 해보니 그건 그 말 속에 녹아 있는 강한 '긍정의 힘' 때문이었다. 사실, 하나의 단어가 사람의 기분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건 뇌가 가지는 특별한 감성인지능력 때문이다. 예컨대 '고맙습니다' 혹은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듣거나 혹은 내가 할 때 우리 뇌는 빠르게 그 단어에 대한 느낌을 긍정호르몬의 분비라는 몸의 작용으로 바꿔버린다. 하나는 육체적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분비하는 작용과 또 하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베타 엔돌핀 호르몬으로의 분비하는 작용으로 말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거나 듣게 되면 아드레날린 계통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즉각적으로 뇌에서 분비된다. 이게 우리 몸을 병들고 황폐하게 만드는 주범이다. 단어 하나와 한 마디 말이 우리 몸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는 게 감동이고 기적이다.

바꿔 말하면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듣고 긍정적인 문자를 받는 게 결국, 나를 살리는 감동적인 치유의 시간인 셈이다. 그래서 필자는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매년 '자아존중감 프로그램'을 한다.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똑같은 감동을 받는 걸 해마다 목격한다. "교수님 지금까지 전 한 번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과 긍정의 말을 한꺼번에 받아본 적 없었던 것 같아요!" "너무 좋아요~!" 진심이었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해마다 이 감사의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만드는 이유다.

한 걸음 더 들어 가보자. '감사'라는 말의 감동적인 사례 하나가 있다. 오래 전 JTBC에서 <오감도>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한 적 있다. 그 프로그램에 제주도에 사는 김순국씨의 스토리가 나왔는데 그 분의 사연이 필자를 사로잡은 건 '감사'라는 단어가 가지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 때문이었다.

김순국씨는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해 지긋 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돈만을 위해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외국으로 나가 고생하면서 많은 돈을 모았고 그 돈은 자신의 고생과 맞바꾼 고통의 결과였다. 행복이 찾아왔다고 생각한 어느 날 김순국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급히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의사는 다발성 암이라며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당신네 나라로 돌아가서 마지막 여생을 편하게 보내라는 최후통첩을 듣게 되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으로 죽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모든 인생을 돌아보니 오직 돈과 명예와 출세만 보고 긴장 속에 던져진 자신의 껍데기를 보았다고 했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이후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생활방식을 바꾸었다고 했다. 자신의 깊은 곳에 박혀있는 돈의 욕망을 버리고 명예에 대한 욕심도 버리고 출세에 대한 마음도 모두 버렸다. 대신 그 텅 빈 자리에 감사의 마음을 하나 둘씩 채우기 시작했다. 무심하게 꾸민 제주도 조그마한 집에서 반찬 없는 밥도 감사히 먹고, 옆집에서 가져다주는 소박한 음식도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그동안 부인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늘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그 덕분이었을까? 생존확률이 분명 3%도 되지 않고 길어봐야 2~3개월도 넘기지 못 할 것이라고 했던 미국 의사의 말씀을 뒤집고 김순국씨는 정말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그것도 매우 건강하게 4년 이상 살았고 TV에까지 출연도 하게 되었다.

"욕심을 버리고 매 순간 감사하게 살아가는 마음가짐이 제가 암으로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았던 이유 같습니다" 김순국씨의 말 속에는 암이라는 죽음의 공포까지 이겨내고 견뎌낸 감사의 위대함이 배여 있었다. 말과 언어에는 우리가 모르는 강한 힘이 있다고 한다. 물리적 파동에너지라고 말하는 언어의 힘, '언령言靈'은 어쩌면 우리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평범하지만 위대한 기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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