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공짜 지하철
[대구논단] 공짜 지하철
  • 승인 2023.04.0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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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지하철은 도시 나들이에 아주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을 타면 세상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지하철 안에는, 아줌마, 학생, 연인, 아저씨,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있는 중절모 할아버지 등 세상 온갖 사람들이 모여있다. 사람들은 지하철 안에서 소소한 평화를 누린다.

‘65세 이상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의견이 다양하다. 지하철을 탔다. 언뜻 보기에 노인이 많아 보였다. 승객들을 훑어보니 거의 반반이 노인으로 보였다. 공짜 손님을 세어보기로 했다. 손님마다 나이를 물어볼 수 없어 나이를 대충 어림잡았다. 역마다 타는 손님을 세어보았다. 결과는 5:5의 비율을 벗어 나지 않았다. 공짜 손님이 50% 선상을 오르내렸다. 이 통계가 맞는 것일까?

사흘 후, 지하철을 또 탔다. 통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같은 방법으로 공짜 손님의 통계에 들어갔다. 역시 5:5의 비율을 오르내렸다. 대구의 지하철 공짜 손님은 50%쯤 된다고 결론 지었다. 통계에 들어간 역은 2호선 시발역 영남대역 기준 5개 역이고, 시간은 오전 10시대이다. 통계의 신뢰성은 없다,

지하철 무임승차 나이를 70세로 올리는 것에 대해 대한노인회 공식 반응은 반대이다. ‘빈자리가 많은데 노인이 탄다고 기차가 무겁다고 하나?’ 대구 시장은 전국 자치단체 장 중 유일하게 ‘70세 이상 지하철, 버스 무임승차’를 7월부터 실시한단다. 전국에서 앞서가는 행정이다. 모 야당 인사가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있을 때 ‘독단적인 발언(사이다 발언)을 많이 해서 인기를 얻었다.’는 것이 생각났다면 너무 무례한 것일까? 대구 시민단체는 ‘다른 노인복지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반대하고 있다. 영화 팬들은 65세 이상이면 극장 관람료를 깎아주던 것이 70세로 상형 조정될까 걱정된다는 이도 있다.

서울역과 청량리를 잇는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이 1974년 8월 15일 개통되어 지하철 시대가 열렸다. 그날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룬 대통령 부인이 재일교포의 총탄에 맞아 돌아가셨다. 애석한 일이다. 그 후 지하철은 우리나라 대도시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처음 시행되었다.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50% 할인하였다. 그러다 1984년 당시 통 큰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65세 이상 노인들은 보편적 복지의 단맛을 보았다. ‘지하철 요금 전액 면제’가 시행된 것이다. 당시 노인회장이 대통령 장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 여하튼 전액 면제는 세계 최초의 일이다.

해외 여러 나라는 우리나라처럼 전액 무임승차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주마다 요금체계가 다르지만, 대부분 주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요금 할인을 하고 있다. 뉴욕은 50%를 할인한다. 일본 도쿄는 70세 이상 노인에게 소득에 따라 연간 본인 부담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프랑스는 월 소득 약 300만 원 이하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임승차를 하게 하며, 영국은 출퇴근 시간 등 피크 시간대를 제외하고 60세 이상 노인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

서울시는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지하철 운영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며 국고 보조를 요청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요금 전액을 면제해줄 당시 1980년대 초 노인인구는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4%를 차지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17%를 넘어섰다. 지하철 승객 100명 중 4명이 요금을 내지 않다가 17명이 요금을 내지 않는다면 적자가 생기는 일은 뻔한 일이다.

‘65세 이상 노인 전액 무임승차제’ 논란에서, 의외로 ‘70세 이상 노인의 전액 무임승차’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노인들이 꽤 있다. ‘우리가 펑펑 쓰면 자손들의 빚이 늘어난다니 돈을 형편껏 내어야 하지 않겠나?’ ‘이제 70세는 되어야 노인이지’ ‘지하철 요금을 조금씩 부담해야지’ 유연한 생각들이다.

복지에 정치가 개입되어 포플리즘이 만연하면 그리스, 이탈리아, 남미국가처럼 국가의 재앙이 된다. 복지 포플리즘은 국가 부채를 증대시키고 국가 재정 건전성을 훼손시킨다. 어느 나라 국민이든 보편적 복지에 길들면 빠져나오기가 힘이 든다.

주자십회(朱子十悔)에 ‘편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망한 뒤에 뉘우친다. (安不思難敗後悔)’라고 했다. 장수 시대를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자기 몫의 사회적 기여를 해야 한다. 노인에게도 생활 형편에 맞게 지하철 요금을 차등 부담하게 할 필요가 있다. ‘내사 돈 안 내고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미안해 죽겠다’ 지하철 안에서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받은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할머니 이야기는 지하철 안의 소소한 평화를 이어가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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