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범죄 먹잇감 된 10대…대응 강화 시급
마약 범죄 먹잇감 된 10대…대응 강화 시급
  • 이지연
  • 승인 2023.04.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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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작년 10대 마약사범 12명
온라인 유통 인해 범죄 쉽게 노출
약물 중독·재사회화 교육 절실
수사기관 자체 대응 방안 검토
정부 차원 치료 대책 마련 필요
서울 대치동 학원가 일대서 기억력과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말로 속이고 10대 청소년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이 든 음료를 나눠 준 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과 관련해 마약 범죄의 먹잇감이 된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수사기관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젊은 세대의 신종 수법에 대한 교육과 재사회화를 돕는 사후 관리에 대한 요구도 더욱 커지고 있다.

6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지역 마약사범 검거 인원은 총 578명으로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검거인원으로는 2018년 348명에서 350명(2019년), 431명(2020년), 427명(2021년)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30대 젊은 층에서 확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암수 범죄 성격이 짙은 특성을 감안해도 뚜렷한 증가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중 20대는 192명으로 전체 인원의 33%를 차지한다. 5년 전인 46명(2018년)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30대는 116명으로 같은 기간(50명)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10대 청소년도 지난해 마약 범죄로 12명이 검거됐다.

SNS나 다크웹 등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되면서 젊은 층이 마약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온라인이나 일부 클럽, 유흥주점이 아닌 대낮 학원가와 역 근처 등 일상생활 영역에까지 파고든 마약 범죄로 시민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일대 학원가에서 고교생을 대상으로 마약 섞인 음료를 ‘집중력 강화’ 기능성으로 속여 시음하게 하고, 이를 신고한다며 부모들을 협박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 사는 A(53·여)씨는 “뉴스를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누구든 모르고 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일면식 없는 사람이 주는 어떠한 것도 받지 마라고 신신당부했지만, 판단이 미숙한 아이들을 상대로 한 범죄여서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걱정했다.

마약류 범죄의 주요 타깃층이 10대 청소년까지 낮아진 배경에는 이른 ‘중독’을 목적으로 유통 확대를 노린 데다 젊은 세대일수록 약물에 대한 경각심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구의 한 경찰관은 “이전에는 ‘마약’이 금기어에 가까웠지만 일상생활 용어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보니 경각심 자체가 희석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10대들을 대상으로 마약 등 약물 중독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수사기관에서도 자체 대응방안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김중곤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독성이 강한 약물 특성상 전 세계적으로 시장 확보차원에서 수요층을 확대하고 있다. 마약류 유통 과정의 신종 수법들에 대해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고, 심심찮게 접하는 연예인 마약 범죄 등을 통해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검거도 중요하지만 중독의 위험성 등 보다 실효성있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약 사범 연령이 낮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재사회화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약물 해독과 단약의 부작용 치료가 시급하고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도록 정부 차원의 치료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하는 중독재활기관은 서울과 부산,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부산의 경남권 센터에서 대구와 울산, 경북·경남권 환자들을 모두 수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로선 치료센터 증설도 분명 필요하다. 외국 경우 지역 주민단체들도 커뮤니티 등을 만들어 캠페인도 하고 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의료기관, 심리지원 상담센터 등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지연기자 ljy@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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