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차량봉사로 출발
대구복지관 매주 水 반찬 배달
조리실 리모델링 1천만원 기부
희망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했던가. 어느 날 그는 대구동구지체장애인협회 사무실에 갔다가 지체장애인들을 야간학교까지 태워줄 차량 봉사자를 구한다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됐다. 야간학교를 다니는 지체장애인들은 그의 손을 잡고 부축을 받아야 차에 탈 수 있었다.
그때 잡은 그 손길로 인해 그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의 어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이제부터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기로 다짐했다. 그때부터 시작한 차량봉사 활동이 20년 동안 이어졌다.
우연히 시작한 봉사활동이 황영호씨의 인생 방향을 바꾼 것이다. 비록 큰 사고로 인해 불편한 몸이 됐지만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위촉 강사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을 오래 했다. 강사비를 받으면 늘 절반은 봉사통장에 적금해 선행을 이어나갔다. 적금 만기일이 다가오면 설렌다. 이번엔 어디에 기부를 할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근용)에서 밑반찬 봉사활동을 한지도 어느덧 15년이 넘었다. 그는 매주 수요일 밑반찬 배달봉사로 나서면 방문하는 어르신들의 안부부터 살핀다.
이번에 그는 대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조리실을 리모델링하는데 1천만원을 기부했다. 코로나 이후 조리 활동을 하지 못해 방치된 조리실은 지역주민이 오고가는 공유주방으로 재탄생했다.
복지관을 비롯한 양로원, 재가노인돌봄센터 등 다양한 복지기관에서 선행활동으로 지난해 말엔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황영호씨는 ‘봉사’라는 삶의 무대에서 따뜻함과 보람을 느낀다. 그가 만난 수많은 인연 또한 봉사로 이어진다.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할 때 어두웠던 그의 얼굴을 보고 양로원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얼굴이 왜 그렇게 굳어 있느냐. 박수치며 웃으면서 살아라고 했다”면서 “그때 그 어르신이 지금의 내 웃음을 찾아주셨다”고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채영택기자 chaeyt@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