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정치·행정인 홍준표 시장
[대구논단] 정치·행정인 홍준표 시장
  • 승인 2023.04.19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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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 대표 두 번, 국회의원을 다섯 번이나 역임했다. 이처럼 경력이 화려한 큰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대구시민으로서 느낀 점이다. 대권에 도전했던 홍 시장의 꿈은 여전하다. TK 지역민은 물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시장으로 당선된 그는 정치력과 행정력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여느 광역단체장과 달리 자치행정의 큰 이슈를 가지고 있다.

경북도청 후적지를 기획재정부로부터 무상 불하받아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달성군 가창면을 대구 수성구로 편입하겠다는 말도 했다. 무상 불하 등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의 결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가 하면 대구시청사 이전에 대한 정책변화의 궁금증을 만들기도 했다. 그가 시장이 된 후 공공기관 통폐합, 기관장 임기 일치 조례, 대형마트 휴업일 변경 등 정책적 변화도 많았다. 그의 강력한 리더십에 어느 누구도 군소리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새로운 정책변화에는 늘 갈등이 따르기 십상이고 합리적인 결정은 양보할 수 없다는 그의 정치·행정관은 매우 의미 있어 보인다.

한때 많은 이들은 직선적인 홍 시장의 언행에 대해 시원함과 걱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가 소문 없이 국민의 힘 상임고문으로 위촉된 것을 보고 정치적 중량감을 느낄 수 있었다. 중앙정치에서도 그의 정치적 능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당의 상임고문으로서 그의 정치적 식견은 대통령이나 소속당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란 생각도 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민의힘과의 관계는 홍 시장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조명해 보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는 최근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친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 아니다.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이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해 극찬을 하는 것을 보았다. 300번 이상이나 압수 수색을 당하고 담금질을 받았다고 하면서 큰일을 할 사람이란 암시를 했다. 잘 참고 견디고 있다는 말도 했다. “되지도 않은 사람을 밀어 당 대표를 만들어놨는데 느닷없이 뒤통수를 친다”라고 한 홍 시장의 말은 국민의 힘 상임고문과는 극대조를 이룬다. 당의 정책에 말을 보탤 수 있는 위치인 상임고문에서 해촉된 것은 본인으로서는 창피하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다. 그러나 홍 시장이 좀 참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당 지도부와의 쓰잖은 갈등에 서둘러 고문직을 해촉하는 당의 모습도 보기 좋은 현상이 아니다. 비교적 합리적인 국민의힘 전(前)의원이 “양자가 다 놀라운 꼰대”라고 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 다른 의원은 “홍 시장이 전광훈 핑계 대고 김기현에게 계속 싸움을 걸었다”는 말을 했다.

정치인들의 말이니까 그 깊은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당의 중진급들이 하는 말을 헛되이 들을 수도 없는 일이다. 홍 시장이 국민의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인기도가 20% 후반에 머물고 국민의힘 인기도가 민주당보다 열세를 보여주는 여론조사를 보면서 한솥에 밥을 먹는 정치인들이 깊은 생각을 좀 했으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여당 내의 각종 잡음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 의원 수가 적어도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같이 가야 하는 집권당이다. 여당과 대통령은 공동적인 정치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집권당의 구성원들은 늘 조심스런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권에 견제력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여론은 민주당 편을 들고 있다. 이 상태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질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에게 비전을 주지 못하고 당내 결속도 없고 내년 선거만 의식하는 의원들의 한심한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답답하다.

홍 시장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인물이 아니므로 이 시점에서는 오로지 대구시정에 힘을 쏟는 것이 옳을 것이다. “상임고문 안 해도 얼마든지 당무에 관여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의 위치에서 중앙정치에 진득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대구시민이나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지 모르겠다. 소속당에 대한 홍 시장의 그치지 않는 쓴소리가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키워나가기 위한 포석이란 말도 있지만 양질의 정치적 무게가 손상받지 않았으면 한다. 보수의 고장 TK에서 훌륭한 업적을 내 놓는다면 가만히 있어도 정치적 상승 혜택을 누릴 것이다. 큰 정치인으로서의 덕목을 키우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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