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
열사 묘역 참배·유족들 위로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을 비를 맞으며 ‘5월의 어머니’들과 함께 입장했다.
검은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5월 어머니 15명을 민주의 문에서 맞이했다. 이어 5·18 기념탑 앞 행사장까지 약 6분간 함께 걸었다.
윤 대통령은 우비나 우산을 쓰지 않은 채 다소 굳은 표정으로 어머니들과 발걸음을 이어갔다.
기념탑 헌화·분향도 어머니들과 3개 5·18 단체장, 학생대표 등과 했다. 방명록에는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하나입니다”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흰색 우비를 입은 참석자들 사이에 앉았다. 양옆에도 5월 어머니들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약 5분간의 기념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 5월의 어머니들이 함께하고 계신다”며 “사랑하는 남편, 자식, 형제를 잃은 한을 가슴에 안고서도 5월의 정신이 빛을 잃지 않도록 일생을 바치신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통한 세월을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분들의 용기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말미에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오른손 주먹을 쥐고 흔들며 5월 어머니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윤 대통령은 이어 1묘역에 안장된 고(故) 전영진·김재영·정윤식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유족을 위로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중 대동고 3학년이었던 전영진 열사는 1980년 5월 21일 시위에 참여했다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윤 대통령은 고인의 부모인 전계량·김순희 씨 손을 잡고 “자식이 전쟁에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도 가슴에 사무치는데, 학생이 국가권력에 의해 돌아오지 못하게 돼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나”라고 위로했다.
김재영 열사는 42년간 무명 열사로 묻혀 있다가 올해 초 유전자 조사를 통해 최종 신원이 확인됐다. 정윤식 열사는 시민군으로 전남도청에서 끝까지 항전하다 체포됐고, 고문 후유증으로 2년 뒤 사망했다.
정윤식 열사의 형 춘식 씨는 윤 대통령 손을 잡고 “43년 만에 대통령이 묘소를 찾아줘서 동생이 소원을 풀었다”고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유영봉안소를 방문했다.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나 다른 묘역에 묻힌 고인의 영정을 모신 곳이다.
이창준기자 cjcj@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