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음모론자
[대구논단] 음모론자
  • 승인 2023.06.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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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하 변호사
며칠 전 일반 대중에게는 듣도 보도 못한 李씨 성을 가진 음모론자가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위원장으로 위촉된 지 불과 9시간 만에 사퇴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 者는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자폭 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세력들이 이번에는 궤도를 벗어난 중국의 기상측정용 비행기구를 엄청난 국가위협으로 과장해 연일 대서특필했다”라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했다. 그동안 천안함 피격과 관련하여 ‘미군 잠수함과 충돌하여 침몰한 것이다’라는 음모론을 비롯해 많은 음모론이 있었지만, 이 者가 주장한 자폭설은 차원이 다른 음모론이다. 천안함이 자폭 된 것이라면, 함장을 포함한 승조원 중에서 누군가가 폭탄을 함 내에 몰래 설치한 후, 이를 터뜨려 동료 승조원들을 살해한 것이라는 말인데,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힐 것이다. 그동안 정부 합동조사단은 선체 인양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사를 통해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한 것이 명백하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음모론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때, 배후에 거대한 권력조직이나 비밀스러운 단체가 있다고 여기며 유포되는 소문’이다. 즉, 황당하지만 믿고 싶은 매혹적인 거짓말을 말한다.

바티칸에서 차기 교황으로 유력시되는 추기경들이 연쇄적으로 살해되고 살해된 추기경들의 몸에는 ‘일루미나티’라는 글자가 남겨져 있어서 ‘일루미나티’라는 미지의 비밀결사 집단이 추기경들을 살해한 것으로 보였지만, 연쇄 살인의 범인은 차기 교황 자리를 노린 한 신부의 음모라는 것이 밝혀지는,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보듯이, 음모론은 소설이나 영화의 매력적인 소재로 활용되면서 대중들에게 반전의 매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음모론이 정치와 사회 영역으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는 순간 우리 사회는 제도와 신뢰가 아닌 거짓의 진흙탕과 불신의 늪에 빠져 더는 의미 있는 역사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일본 미야기현 동쪽 해안에서 시작된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일대에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발생한 대지진은 엄청난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이지만, 이 대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유대인들의 모임인 국제유대재단의 배후 지배를 받은 미국외교협회가 일본 근해 해저에 비밀리에 묻어놓은 핵미사일을 터뜨려 지진을 일으키고 후쿠시마원전을 망가뜨려 도쿄의 정전사태를 유발했다는 내용의 음모론은 아직도 세간에 회자하고 있을 정도로 생명력이 질기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음모론은 왜 생겨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덧입혀져서 계속 재생되는 것일까?

인간은 본래 상상력을 가진 동물이며, 인간 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를 비롯해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들을 이해하고 싶어 하지만,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도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학문적인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사건, 사고가 연속적으로 일어나면, 어떤 의도를 가진 집단이 이러한 사건 사고에 대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을 덧붙이면서,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를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현상에 대한 음모론이 급속도로 퍼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정치 영역에서는 좌파, 우파를 막론하고 진영논리에 기댄 일부 극렬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극단적인 음모론자들이 교묘하게 일반 대중을 상대로 자신들의 음모론을 주입하고 이를 통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정치란 것이 본래 인간의 냉철한 이성의 잣대보다는 감성적인 것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중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처한 곤란한 상황이 상대진영의 음모론 때문이라는 극렬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일부 정치세력은 자신의 비리에 대한 수사나 기소는 반대진영이 자신을 탄압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음모론을 흘려 곤경을 모면하려고도 한다.

앞서 언급한 이씨 성을 가진 음모론자는 혁신위원장직을 사퇴한 후 ‘자폭이라고 한 것은 순간적으로 과잉 표현한 것으로서 정확하게는 원인불명 사건이라는 것이 자신의 입장이다’라는 또 다른 궤변을 내뱉어 생존 장병과 유가족들의 가슴에 재차 대못을 박았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살면서 짓는 3가지 업(業) 중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입으로 짓는 구업(口業)이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관세음보살에 대한 경전인 천수경의 첫 구절도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입으로 지은 業을 깨끗하게 하는 참된 말- 이다.

“어찌 너만큼 배운 여성이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기어코 제 눈에선 피눈물이 나게 된다는 이치를 몰랐더냐….” 라는 소설의 한 구절처럼, 다른 이에 대한 더러운 오물 같은 말을 뱉은 者는 반드시 자신이 말 한 그대로 돌려받는다는 것이 세상의 이치(理致)다.

이제는 하늘의 별이 되어 있을 천안함 순국 영령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은 당신들의 고귀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면서 추모할 것이다’라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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