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맹자의 사단(四端)과 대한민국 정치
[수요칼럼] 맹자의 사단(四端)과 대한민국 정치
  • 승인 2023.06.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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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원 ㈜데씨제 대표 인간공학박사
맹자는 사람은 무릇 네 가지 선함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성선설을 주장하였다. 그 네 가지는 불쌍하고 측은한 사람을 보면 가엾게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자신의 그릇됨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착하지 않음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겸손하여 남에게 사양할 줄 아는 마음인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구별할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이다. 그리고 맹자는 군주는 자신의 선한 네 가지 양심만 따라도 훌륭한 국가를 만들 수 있고, 모든 백성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현재의 대한민국 정치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맹자가 말한 사단(四端)이 있기는 한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렇기에 아마도 대한민국이 더 훌륭한 국가로 나아가지 못하고, 연일 정치권은 국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비난만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에 본고에서는 맹자의 사단에 비추어 대한민국 정치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불쌍하고 측은한 사람을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국민의 정서를 자극하는 사회적 이슈가 발생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슬픔을 나누고, 재발 방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슬픔에 처하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인간의 측은지심에 비추어 너무나도 당연하고 올바른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이슈가 지나가면 해당 사건에 대한 반성과 교훈은 기억 속에 묻힌다는 것이다. 위안으로 삼자면 재발 방지법이라는 이름 아래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재발이 될법한 허점투성이 법을 만드는 것이 전부이다. 솔직히 그런 법 중에는 엄밀히 말해 재발 방지법이라 할 수 없는 것도 많다. 왜냐하면 많은 법이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지 재발을 방지하는 법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태는 단순히 정치적 마케팅이지 진심으로 우러나온 측은지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국회는 수오지심이 사라지고 내로남불이 만연하고 있다.

요즘 정치인들은 자신의 그릇됨은 모두 정치적 탄압이고, 타인의 착하지 않음은 심판받아 마땅한 일이라 주장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의혹들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설령 개인적으로 억울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그러한 의혹 속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워할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그러한 행태를 찾아볼 수 없다. 부끄러움이 없으니 양심의 가책도 없고, 양심의 가책이 없으니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할 따름이다. 솔직히 이런 사람들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신부터 돌보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셋째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서 더욱 겸손해야 한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의 갑질 논란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갑질의 종류도 다양하다. 폭언, 인사청탁, 이권개입 등 날이 갈수록 창의적인 갑질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사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은 갑의 위치가 아니라 을의 위치여야 한다. 정작 갑질은 국민이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정치인 수를 줄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갑질하는 정치인들은 줄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당략에 빠져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하면 안 된다.

최근 민주당 돈 봉투 사건의 혐의가 있는 윤관석, 이성만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방탄 국회라는 소리를 듣는 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이 전혀 낯설지는 않지만,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과연 대한민국 국회가 옳고 그름을 구별할 수 있는 곳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국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는 체포동의안의 필요성을 법무부 장관이 설명하지만, 왜 부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기준은 국회의원 마음이다. 이는 제도적으로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생선가게 주인이 고양이인데 그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포기할 리 만무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위기의 순간이다. 대외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좋은 징후보다는 부정적 신호가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면에는 정치적인 다툼도 있겠지만 정치인 개인이 보여주는 일탈과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정치인의 정체성을 찾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고 더 나아갈 수 있는 기본적 전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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