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호국영웅, 우리에게 그들은 누구인가
[박명호 경영칼럼] 호국영웅, 우리에게 그들은 누구인가
  • 승인 2023.06.1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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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이달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올해는 특히 국가보훈청이 '청'으로 출발한 지 62년 만에 국가보훈부로 격상된 해다. 지난 5일 국가보훈부로 공식 출범한 다음날, 제68회 헌충일의 추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의 품격은 국가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달려있음"을 강조하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영웅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 나라의 주인이고, 주권자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행위"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달 초하루부터 도심 곳곳에 호국보훈을 기리는 현수막이 요란하게 나붙었다. 그런데 벌써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보기가 어렵다. 반면 정치현수막들은 시민들의 혐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리를 뒤덮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6.25 전쟁과 같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전쟁이 발발한지 벌써 73년이나 되었으니 전쟁의 참상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전쟁의 상흔이 깊이 남아있다.

6.25 전쟁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화를 남겼다. 인명 피해만도 우리 군인 62만여 명과 몇 배의 북한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다. 13만 명이 넘는 미국 청년들도 희생되었다. 심지어 징집의무가 없는 17세 이하의 약 3만 명의 소년소녀병까지 전쟁터에 동원되었고, 2500명 이상이 전사했다. 아무 것도 남긴 것 없이 사라진 이들의 흔적은 우리 고장 다부동 전적비에 "내 짧은 인생을 영원히 조국에"라고 새겨져 있을 뿐이다.

6.25 전쟁터는 우방국의 젊은이들이 이 땅의 평화와 자유를 사수하기 위해 피를 흘렸던 현장이기도 하다. 그들은 용병이 아니었다. 우방국들이 무슨 혜택을 바라고 파병한 것도 아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기 나라의 젊은이들을 희생시킨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에 대한 우리의 진정한 감사와 예우가 절실하다. 따라서 아무리 국익이 우선되는 경제전쟁시대라지만 우리나라도 고난에 처한 이웃나라들을 성심을 다해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6.25 전쟁은 강하고 담대한 나라만이 살아남는다는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또 우리나라는 반드시 우리 국민 모두가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는 자주국방의 진리도 깨달았다. 감히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나라가 되어야 우리의 후손들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강대국의 힘에 기대며 그저 세월만 흘려보낸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른 나라와의 협력과 유대는 국방과 안보의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결코 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1948년부터 1973년까지 네 차례 발발한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도 우리는 귀중한 교훈을 얻는다. 4차 전쟁이 발발했을 때 당시 외국에서 공부하던 이스라엘 유학생들은 앞 다투어 비행기 표를 마련해 자신들의 조국 이스라엘을 지키려고 서둘러 떠났다. 반면, 징집명령을 받은 많은 아랍계 유학생들이 귀국하지 않고 숨어 지냈다는 일화를 들었던 적이 있다. 전쟁의 승패는 싸움 이전에 이미 판가름 났다. 수억 명의 아랍인들에게 둘러싸인 이스라엘을 지금도 어느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기업의 경쟁력도 고난 가운데 기업을 살려낸 영웅들이 결정한다. 기업의 성공은 당연히 CEO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어떤 정신과 책임감으로 일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들이 불굴의 노장, 곧 베테랑이 될 때 기업은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베테랑은 존경의 대상이고 팀을 승리로 이끈다. 신체 전성기는 지났지만 젊은 선수 못지않게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잡아준다.

국가보훈부 승격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 몸 바친 이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적절한 처우가 시급하다. 대통령의 말씀대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충분히 예우해야 한다. 아직도 못 찾은 호국영웅들의 유해도 하루속히 유족의 품에 돌려주어야 한다.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온 국민이 똑바로 기억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라는 명언이 있다. 굴곡진 역사를 기억하며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가슴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 그리고 온 국민들이 호국영웅들을 진심으로 감사하고 존경해야 한다.

저 유명한 가곡 '비목'을 작사한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한명희 시인이 수년전에 쓴 '산 목련 여인'이란 시다. "팔부능선 바위틈에 안타까이 누운 병사/ 찢긴 군복 주머니엔 클로버 꽃 편지 한 장/ 독수공방 신혼댁을 차마 잊지 못해설까/ 낙엽 덮인 흙 틈새로 쌓인 한만 읊조리네." 전쟁터에서 산화한 낭군 소식에 혼절한 새댁의 소복 입은 모습이 어른거려 가슴이 먹먹하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 보훈은 애국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예우다. 그들은 우리에게 과연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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