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몽골 공연장 스케치
[문화칼럼] 몽골 공연장 스케치
  • 승인 2023.06.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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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칼럼니스트, 전 대구문예회관 관장
누군가 말했다. 몽골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가? 라는 물음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광활한 초원의 이미지를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그곳은 내가 달리고 있는 도로가 한 번도 휘지 않고 지평선 너머까지 일자로 죽 뻗어있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다. 다들 이런 생각으로 몽골을 찾지만 칭기즈칸 국제공항에 도착해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로 접어들게 되면 엄청난 교통체증에 놀라게 된다. 이른 아침부터 밤이 깊을 때까지 시내 주요도로는 거의 주차장과 같다. 관광객도 그렇지만 그들에게도 참 힘겨운 일상이다.

그리고 임금 수준에 비해 비싼 물가 역시 이들의 삶을 팍팍하게 한다. 괜찮은 직업이라 하더라도 우리 돈으로 백만 원 받기가 어렵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면 그야말로 살인적물가라는 말이 딱 여기에 해당한다. 일부 공산품은 한국보다 더 비싸기도 하다. 차량 유류비와 외식비는 거의 한국수준이다. 시장 물가는 우리보다 싼 것은 확실하지만 이들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 양고기 값은 지금도 계속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생활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가계비의 수입과 지출의 균형이 맞지 않다. 물론 이런 불합리한 실정은 이곳 몽골만의 문제가 아니긴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하지만 엄청난 혹한이 지나고 봄이 오면 초원에는 야생화가 지천이듯이 몽골 문화예술의 저력은 이런 현실적 어려움을 이겨내며 꽃을 피워가고 있다. 몽골은 20세기를 거치며 러시아의 그늘 아래 있었던 만큼 이곳의 예술세계는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공연장은 유럽 극장과 같은 시스템이다. 크게 보면 오페라와 발레, 민속공연과 연극·무용 그리고 클래식 이렇게 공연관련 기초예술계는 삼각편대로 되어있다. 극장마다 전속 예술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가을이면 시즌이 오픈되어 연일 공연이 이어진다. 이듬해 초여름에 시즌이 끝나면 하절기에 관광객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무대에 올라가고 있다.

삼각편대의 중심에 '몽골리아 국립 오페라 발레 아카데미 극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연간 오페라와 발레를 각 50회 정도 씩 무대에 올린다. 전속단원인 오케스트라, 합창단, 성악가 그리고 발레단을 중심으로 거의 대부분 공연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 서양·러시아의 대표적 인기 오페라와 발레가 주를 이루지만 창작 오페라·발레도 매년 거르지 않고 몇 편씩 만들고 있다. 이런 저력으로 차이코프스키 대상 수상자 및 세계정상급 성악가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몽골 발레는 상대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나는 이번 몽골 방문 시 프랑스 낭만 발레인 아당의 지젤을 감상하였다. 여성지휘자의 세련되고 안정적인 지휘와 적극 반응하는 오케스트라, 뛰어난 주역 무용수들의 연기 그리고 설득력 있는 무대·조명의 조화로움에 객석을 가득 메운 몽골관중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온 공연이었다.

'몽골리아 국립 아카데미 드라마 극장'에서는 연극과 무용을 중심으로 올리며 몽골 전통 음악·무용 공연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곳 역시 관련 분야 단원과 전문가들이 상임으로 있으며 많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특히 몽골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악단의 수준은 매우 높다. 나는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감동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이 악단이 몽골의 문화예술분야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지 않은가 생각하고 있으며 내가 일하던 공연장과 교류를 위하여 이곳 극장장과 심도 깊게 논의한 바 있다. 언젠가 이것이 성사되면 한국과 몽골 서로에게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국립 필하모닉 극장'에서 클래식 공연을 주로하고 있지만 협소한 공간과 음향의 문제로 인하여 클래식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지는 못한 것 같았다. 이번에 오페라 서곡 콘서트를 주립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감상하였지만 그 한계가 여실하였다. 하지만 정부에서 몽골 전통미를 기초로 한 이 천석 규모의 복합공연장, 천 오 백석 규모의 민속공연장 그리고 천석 정도의 클래식 전용공연장 이렇게 3개의 공연장을 같은 공간에 동시건립을 추진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것이 실현 된다면 잘 훈련된 많은 예술인과 제작진을 보유하고 있는 몽골의 역량이 그야말로 만개하리라 예상한다.

몽골은 엄청난 지하자원과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예산과 하드웨어의 부족에 문화예술이 이곳 사회를 견인하는데 힘에 부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그리고 여름 시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연중 상시로 확대할 수 있는 절대적 요소 중 하나는 문화예술의 활성화인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칭기즈칸 후예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도 이것의 긍정적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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