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별국
[좋은 시를 찾아서] 별국
  • 승인 2023.06.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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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시인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공광규= 1960년생. 1986년 월간 ‘동서문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서사시 ‘금강산’, ‘파주에게’ 등과 산문집 ‘맑은 슬픔’. 윤동주상, 신석정문학상, 녹색문학상 등 수상.

<해설> 좋은 시는 별다른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읽으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머니는 가난했지만, 아들인 시인은 가난하지 않다. 가난의 짐은 어머니가 짊어졌기 때문이다. 시의 내용에서도 볼 수 있는바, 어머니가 아들에게 내미는 밥상은 조심스럽다. 정성과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런 어머니의 밥상을 받은 아들은 또한 어떠한가? 멀건 국물 속에서 달과 별을 건져 먹기에 배가 부르다. 모자간의 정이 눈에서 흐르는 별빛 사리를 만나는 순간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은 별을 삼킨 만월처럼 배가 부르고 어두운 가시밭길도 너끈히 걸어갈 불끈 힘이 솟는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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