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강물이 물때를 벗는 이유
[좋은 시를 찾아서] 강물이 물때를 벗는 이유
  • 승인 2023.06.2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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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교 시인

농촌에서 오래 살아 본 사람은 안다

강물도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려면

길게는 열흘 짧게는 일주일간

물때를 벗는다는 것을

그때는 아무리 지저분한 강물일지라도

물밑이 명경처럼 아주 맑아지고

민물고기들도 물가로 마실을 가는 예의를 보인다

그렇게 그 시간이 지나고 강물 바닥이 누렇게 변하고 나서야

내년 이맘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

한 생을 살 준비를 하고

몸을 정갈하게 갖추고 난 후에야

철이 들었다, 혹은 인생을 안다고

그때서야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서봉교= 2006년 ‘조선문학’ 등단. 시집 ‘계모 같은 마누라’(2007), ‘침을 허락하다’(2019). 원주문학상 수상(2009). 원주문협 부지부장, ‘요선문학’ 발행인.

<해설> 계절이 바뀔 때면 강물이 물때를 벗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다. 이런 직관이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도 강물과 다르지 않다는 말을 비유적으로 에둘러 말하고 있다. 환절기를 앞둔 사람이 다가올 계절엔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는 것도, 물때를 벗는 일이다. 새 힘을 얻는 것이다. 한 생을 마감하고 다음 생을 맞이할 때도 물때를 벗고 가야 한다. 다소 시가 교훈적이기는 하나 무엇인가를 빗대어 이야기하는 것은, 더 큰 설득력이 있다. 연못의 고인 물 또한 하루에 한 번씩 위와 아래를 바꿈으로써 스스로 자정하는 것처럼, 인간이 사는 사회도 늘 같은 물에 한곳에 오래 머물면 물이 썩는 것처럼 직책도 지위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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